"'진짜가 나타났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진짜'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우리는 진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새로운 유튜브 채널 '씀'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튜브에서 기존에 유통되는 '가짜뉴스'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자신감이었다.
민주당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지하 1층에서 씀 스튜디오 오픈식을 가졌다. 스튜디오의 이름은 'D(디)'였다. 권칠승 홍보소통위원장은 "국민들과 '씀(썸)' 타겠다는 뜻"이라고 채널명의 유래를 설명했고, 이재정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D이자, 데모크라시(Democracy, 민주주의)의 'D'라고 부연했다.
분위기는 밝았지만, 사실상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 콘텐츠가 다수인 유튜브 생태계에 민주당이 공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출정식이나 다름없었다.
유튜브 시청 기록 공개에 좌중 웃음
11시 전부터 스튜디오는 민주당 관계자들과 취재진으로 앉을 자리조차 부족했다. 짙은 남색의 집업 후드로 복장을 통일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화기애애하게 서로 인사했다. 11시 정각이 되자 'On Air'(온 에어)에 불이 들어왔다.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 권칠승 홍보소통위원장, 박주민 최고위원이 자리했다. 사회는 이재정 최고위원이 맡았다.
이해찬 당대표는 인사말에서 "민주당에서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는 씀 방송국을 열었다"라며 "많은 사람이 쉽고 즐겁게 소통할 수단이 개발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부터 팟캐스트에 나가 봤는데, 굉장히 많이 다운로드 받고 유튜브에 퍼 나르는 걸 보며 소통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느꼈다"라면서 "'씀'을 계기로 모든 의원들이 국민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간명하면서도 재미있게 전하는 미디어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출연자들은 무거운 정치 현안 보다는 재미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씀 채널을 홍보하는 영상에서는 이해찬 당대표가 기차에서 무심하게 땅콩을 먹는 모습, 그 뒤에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이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 나왔다. 당직자들과 취재진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박주민, 박경미, 박정 의원 등이 나와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하는 수험생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보냈다. 당초 국어·수리·외국어영역 등을 직접 풀어보고 점수까지 공개하려고 했으나, 각 의원들의 점수가 너무 '처참'해서 비공개하기로 했다며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박주민 의원은 자신이 재수했던 경험까지 털어놓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이해찬 당대표와 박주민 의원이 유튜브에서 실제로 어떤 동영상을 시청하는지 시청 기록을 공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해찬 당대표는 대부분이 정치 뉴스였는데, 특히 전원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것과 관련된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유튜브 시청 기록에 전원책 변호사의 얼굴들이 연달아 나오자 몇몇 당직자가 박수를 치며 웃어 보였다. 이해찬 대표는 "어제 그제 관련 뉴스가 많이 나와서,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했다"라고 밝혔다. 이재정 위원은 "지피지기라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맞장구를 쳤다.
박주민 의원의 영상 역시 대부분 정치 뉴스 아니면 본인 의정활동과 관련된 콘텐츠였다. 하지만 제일 위에는 유명 웹툰 관련 콘텐츠였다. 스크롤을 좀 내리니 최근 개봉한 영화뿐만 아니라 <원피스> 등 애니메이션 관련 영상도 나왔다. 앞서 의정활동 관련 콘텐츠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설명하던 박주민 의원은 스크롤이 내려갈수록 "그만 보면 안 되나"라고 부끄러워 했다.
민주당, '재미있는' 정치 콘텐츠에 집중
댓글로 받은 질문 그리고 현장 취재진으로부터 받은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유튜브 '가짜뉴스'를 제제하자는 민주당이 유튜브에 진출한 데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대표는 "우리 유튜브는 진짜"라면서 "우리 유튜브는 진짜만 다루고 진정성 있는 내용만 다루겠다. 그렇게 안 하면 퇴출시키겠다"라고 답했다.
또한 기존의 유튜브 보수 성향 콘텐츠에 대해서도 "그런 정도와 우리를 비교하지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보수 성향 가짜뉴스는) 내용으로 보면 안 봐야할 내용이고. 우리는 안 보면 손해일 내용"이라며 "전혀 비교대상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정 위원도 "내용에 대한 비판이지, 플랫폼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민주당은 후발주자이지만 '콘텐츠로 차별화하겠다'라는 의지를 역설했다. 권칠승 국장은 "진정성을 가지고 감각적이고, 차분하게 설명해 나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첫번째 목표"라면서 "꾸준히 하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주민 위원 역시 "후발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굉장한 콘텐츠로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며 "금방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팟캐스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권 위원장은 "정당은 방송국처럼 활동해야 한다"라면서 "민주당 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툴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위원은 "팟캐스트와 유튜브 라이브 다 가능하다"라면서 "팟캐스트도 위원장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첨언했다.
민주당은 기존의 공식 채널 역시 그대로 유지할 계획을 밝혔다. 권칠승 위원장은 "기존 채널은 최고위원회 회의라든가 원내대책회의 같은 '오피셜'한 용도로 활용"한다면서 "편집이 안 되어 있고 있는 그대로이다 보니 재미가 떨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권 위원장은 "기존 채널은 공식적인 기록이니까 그대로 유지하고, 오늘 개설한 '씀'은 편집해서 임팩트 있게 알리고 싶은 내용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씀'은 태생부터 연성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한 채널이다. 권칠승 위원장은 "내가 컨펌(Confirm)을 안 하는 바람에 가성비 최강의 스튜디오 오픈할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컨펌은 당원과 국민이 한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컨펌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이재정 위원은 "본격 컨펌 없는 아슬아슬 채널"이라며 "문제 생기면 (홍보소통위원회) 식솔 순으로 인사팀 앞에 책임 전가하는 채널"이라고 웃어보였다.
'씀'의 첫 목표는 좋아요와 구독자 '10만 돌파'이다. 기존의 보수적 성향 채널이 생산하는 경성 콘텐츠가 상당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정치 연성 콘텐츠 채널이 유튜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