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 규정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2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당 윤리위원회 규정은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박덕흠 "당원권 회복 통해 당 화합하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박덕흠 의원은 15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 출석해 "정치자금법이나 직권남용 위반의 경우 혐의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소된 이후 1심, 2심 혹은 최종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저도 1심에서 유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 최종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아 의정생활을 하고 있다"라며 "억울한 누명을 쓴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런 경우 재판도 없이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하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라며 "우리 당이 야당인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 않나. 굳이 무죄추정 원칙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해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덕흠 의원은 "이는 절대 부정부패 범죄자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를 막자는 취지"라며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일괄 정지하기보다는 최소한 1심 재판 결과에 따라서 정지 여부를 결정하면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박 의원은 "이와 별도로 윤리위에서도 당원권 정지된 분들 중 구제가 필요한 분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당대표의 경우 특별사유가 있을 때 최고위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 되었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비대위에서 취소 혹은 정지할 수 있다"라며 "당원권이 정지된 분들 중 특별한 사유로 인해 징계를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는 분이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서 이 검토 결과에 따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이러한 논의가 부정부패 범죄자나 파렴치범을 구제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특별 사유가 있는 경우 당원권을 회복 시켜줘 당 화합하는 데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당원권 정지 의원 다수가 친박계... 김병준은 유보적
현재 당원권이 정지된 한국당 의원은 권성동, 김재원, 엄용수, 염동렬, 원유철, 이우현, 이현재, 최경환, 홍문종 등 총 9명이다. 이 중 권성동 의원을 제외하면 전부 '친박'으로 분류된다. 공교롭게도 이를 제안한 박덕흠 의원 또한 친박계이다.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할 수 없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에 윤리위 구성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위원 구성 때문에 시간이 걸렸는데, 다음주에 마무리 짓고 윤리위의 의견을 먼저 듣겠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얘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윤리위원들은 누가 뭐래도 공정한 분들이니까, 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박계 의원들이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당원권 정지 규정이 당 내 갈등을 촉발시킬지 주목된다. 원내대표 선거가 친박과 비박 간의 힘겨루기 장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각 계파 입장에서는 한 표가 늘거나 주는 데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규정 완화가 자칫 김병준 비대위의 개혁과 혁신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은 비박계 중 심재철(5선)‧나경원(4선)‧강석호(3선)‧김학용(3선) 등이 점쳐진다. 친박쪽에서는 유기준(4선)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