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씨가 사기 혐의 벌금 선고에 대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죄송하지만 그런(사기)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니다"라며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글을 올린 당시에도 후원 번호가 문제가 돼 취소 안내를 SNS(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문의가 온 적은 없었다"라고 했다.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은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약식 명령은 법원이 정식 재판을 열지 않고 서류만 검토해 판결하는 제도다. 법원은 은씨가 SNS에 댓글을 달면서 쓴 전화번호가 사실과 다른 허위로, 실제는 퀴어문화제 후원 번호였다며 이를 사기 혐의로 판단했다.
지난 2월, 은씨는 주아무개씨가 자신의 SNS에 '반동연 성명, 공영방송 EBS는 동성애 LGBT 옹호방송 즉각 취소하라!!'라는 글에 댓글을 달았다. '은하선'이란 필명으로 적은 댓글에서 은씨는 '#2540-6XXX으로 문자 보내면 까칠남녀 피디에게 바로 간다고 합니다. 문자 하나씩 꼭 넣어주세요. 긴급상황입니다. 방송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요'라고 했다.
법원은 주아무개씨가 '#2540-6XXX'으로 문자를 보내 1건당 3000원씩 모두 6000원의 정보이용료를 결제했으며, 이 글을 읽은 90명의 피해자도 같은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모두 44만 4000원의 정보이용료가 부과됐다며 피해를 인정했다.
"피해자에게 죄송하지만 고의 있었는지는 재판 통해 해명할 것"
은하선씨는 1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은씨는 "어느 날, 내가 출연하는 EBS <까칠남녀> PD가 주아무개씨가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항의한다고 하소연해 해학적 표현으로 그런 글을 올린 것"이라며 "주아무개씨가 (EBS <까칠남녀>) PD에게 수차례 항의 전화를 했기에 해당 번호(#2540-6XXX)가 실제는 다른 번호란 걸 알았을 것으로 여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 해당 전화번호를 쳐보면 누구나 퀴어문화축제 후원 전화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어 당시에도 '퀴어문화 축제 후원 방법 알게 해줘 고맙다'라는 댓글이 달렸다"라며 "어르신들은 인터넷을 (사용방법) 모르시니 피해를 보았을 수 있으나 사기 칠 의도를 가지고 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은씨는 "어제(18일)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으며 내달 7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하선씨의 변호를 밭은 김종휘 변호사는 "(은씨는) 기망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할 의도로 댓글을 적은 게 아니다. 하지만 주아무개씨가 이 글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퍼 나르면서 착오가 발생했다"라며 "그렇다면, 과연 누가 기망하고 착오를 불러일으킨 것인지 따져볼 만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90명의 피해자가 1건당 3000원의 정보이용료를 결제, 총 44만 4000원의 피해를 보았다고 하는데 벌금은 이보다 훨씬 많은 200만 원이 선고됐다"라며 "어쨌든, 피해자에게 죄송하지만 고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정식 재판을 통해 충분히 해명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