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자가 1000명 늘어날 경우 이 가운데 146명은 30대가 돼도 실업상태에 머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직업교육 등 노동정책에 세금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22일 김남주 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원은 '청년실업의 이력현상 분석'에서 노동정책 지출에 적극적인 나라일수록 실업이 청년 이후에도 이어지는 현상이 줄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국가의 연령대별 실업률, 노동시장 제도
·정책을 활용해 청년실업이 이후 연령대에도 지속되는 이력현상 크기를 추정했다. 1985~2013년 동안의 평균 실업률 등을 계산해 나라별로 청년실업이 이후 어떤 양상을 보였는지를 분석한 것. 그 결과 노동정책에 세금을 많이 쓰는 나라일수록 청년실업이 이후에도 지속되는 현상이 낮았고, 해고 등이 어렵도록 법이 엄격할수록 실업이 이후 연령대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정책지출 높은 스웨덴·덴마크, 20대 실업자들 30·40대 모두 취업
우선 국가에서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노동정책지출에 쓰는 돈의 비율을 살펴보면 스웨덴(1.62%), 덴마크(1.52%), 네덜란드(1.18%) 순으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21개 국가 중 20위(0.23%)에 머물렀다.
직업교육 등에 세금을 많이 쓰는 스웨덴, 덴마크의 경우 20~29세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르면 30~34세, 35~39세, 45~49세 실업률은 각각 0.038%포인트, 0.014%포인트, 0.012%포인트 감소했다. 김 연구원은 "20대에 실업자였던 1000명이 이후 모두 취업을 했고, 30~34세 때는 38명이 추가로 취업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청년기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30~34세, 35~39세, 45~49세 실업률은 각각 0.146%포인트, 0.035%포인트, 0.00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청년실업자가 1000명 증가하면 이들이 30~34세, 35~39세, 45~49세가 됐을 때 각각 146명, 35명, 5명이 여전히 실업상태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OECD 평균 GDP 대비 노동정책지출 비율은 0.7%인데, 11조 원 정도"라며 "우리나라의 비율을 이만큼 끌어올리려면 6조 원 가량 세금이 더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는 너무 급진적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5위를 기록한 독일 수준만큼 노동정책 지출을 늘려도 30~34세 실업률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고용제도, 청년친화적 방향으로 운영 바람직"
또 노동자 해고 등과 관련한 고용보호법제화 지수의 경우 우리나라는 OECD 6위(2.668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20~29세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30~34세, 35~39세 실업률은 각각 0.086%포인트, 0.012%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원은 "해고 등이 어렵도록 법이 마련돼 있는 경우 이미 취업한 사람이 보호되는 것이어서 새롭게 취업하려는 사람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결과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이후에도 지속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해고 등이 자유롭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고용법제화 지수를 자세히 보면 수습근무기간, 해고 예고기간 등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 여러 항목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가운데 청년층의 고용을 제약하는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고 청년친화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