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 정당 '환자론'을 설파했다.
대부분의 정당들이 특정 이념과 계파 중심 정치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병이 들어있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한국당은 최소한 환자인줄 안다"며 "스스로 환자인줄 아는 정당이 가장 먼저 병을 고칠 것"이라고 자부했다.
'수평 정당' 강조했지만... 인적 쇄신 비판 앞에서 '휘청'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해석은 최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서 일고 있는 비대위 비토 분위기나 친박-비박 계파 간 갈등 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
그는 2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정당들은 다 병이 들어있다. 어찌 보면 다 환자다"라면서 "한국당, 민주당, 바른미래당 등 다른 정당이 들으면 몹시 기분 나쁘겠지만 여전히 계파 중심, 보수 중심의 이런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 모두 환자인데, 다른 정당 중 병이 들어도 병이 들었는지 모르는 정당이 있다. 그러면 누가 먼저 고치겠나"라면서 "(환자인 줄 아는) 한국당이 새 정치 역사의 흐름 그 선두에 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의원 개개인의 주체성을 살린 열린 정당을 강조했다. "패권적, 위계적 구도에서 수평적 구도로 가야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당장 비대위가 핵심 과제로 내세운 '인적 쇄신'에 대한 비판 앞에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 3선)은 같은 날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의 수직적 의사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김 의원은 먼저 ▲총선 공천 농단 핵심 연루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인사 등 비대위가 제시한 인적 쇄신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비대위는 계파 타파를 선언하지 않았나. 우리 모두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당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 정책, 정치 개혁 등 자신의 기조를 설파하는 행위도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의 기본이 되는 정책은 당내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비대위의 정책 기조를 실행하는 하부기구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절차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역사의 흐름을 보고 같이 이야기하고자 개인적으로 의견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박-비박 '계파 대결' 차단 목소리에는 "더 두고 봐야"
김 의원은 또한 나경원·유기준·유재중 등 친박계 후보와 김영우·김학용 등 비박계 후보로 나뉜 원내대표 경선의 '계파 대결'을 앞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학용 의원과의 비박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책과 노선이 비슷할 때 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형님 먼저, 아우먼저 하는 것은 계파 단일화로, 단호하게 배격하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 의원을 지지한) 우파재건회의라는 단체가 특정 후보를 뚜렷한 기준과 근거 없이 지지하고 나섰다. 이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잘못된 것이라면 처벌해야 한다"라면서 "결국 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과거 불행한 일들을 기준으로 인적쇄신의 신호탄을 쏘니 당이 계파전쟁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계파를 움직여 계파주의를 자극해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경고를 했고 그런 움직임은 나름 제어를 해나가고 있다"면서 "일부 일탈적 행위가 조금씩 보이는 데 며칠 더 두고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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