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였던 웹툰작가의 저작권을 편취한 혐의로 레진코믹스 전 대표(현 이사회 의장)가 6일 형사 고소를 당했다.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아래 레규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레진코믹스 전 대표를 저작권법상 성명표시권 침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고 밝혔다.
레진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당시 미성년자였던 작가 A의 저작권을 편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작가 A에 따르면 레진 전 대표는 웹툰 <나의 보람>을 제작할 지난 2013년 당시 캐릭터 이름과 장르를 제안했을 뿐 줄거리·콘티·대본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 한 바가 없다.
그런데도 레진 전 대표는 "원래 다들 그렇게 한다"라며 글작가에 자신의 필명인 '레진'을 올렸고 수익의 일부를 가져갔다. 당시 작가 A는 미성년자였지만 레진 전 대표는 법정 대리인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 연재가 끝난 후에는 '레진'이 글작가에서 원작자로 변경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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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A의 법률대리인 김종휘 마스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레진코믹스 전 대표의 필명인 '레진'이 <나의 보람> 글작가와 원작자로 돼있다"라며 "표기를 하려면 <나의 보람> 스토리를 전 대표가 창작했거나 글을 쓰는 등 기여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하지만 레진 전 대표가 주장하는 창작에 대한 기여도는 야하게 그려라 정도였다"라며 "자신의 저작물이 아닌 저작물에 자신의 필명을 표시한 것은 저작권법상 성명표시권 침해로, 저작권법 제137조 1항 1호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제137조 1항 1호에 따르면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실명·이명을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저작권법상 레진 전 대표의 혐의에 대해 회사인 레진엔터테인먼트도 책임을 지게 돼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레진 전 대표와 레진엔터테인먼트를 피고소인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은 "예술인복지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계약 강요, 적정한 수익 배분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작가 A의 사례처럼 데뷔를 앞둔 아마추어 작가들은 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라고 했다. 조 사무국장은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예술인 증명서를 받은 작가뿐 아니라 데뷔를 앞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도 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작가들 "회사 대표 필명 레진, 회사 이름 레진코믹스인데..."
미성년자 저작권 편취 혐의와 관련해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레진코믹스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4일 이성업 대표이사 명의로 블로그에 '<나의 보람> 관련 대표이사 공식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때 레진코믹스는 2013년 당시 작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정대리인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나 <나의 보람> 관련 양측의 주장이 다른 가운데 회사가 임의로 창작적 기여 여부나 기여 수준, 해당 계약의 정당성 및 적절성을 판단하거나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9월 <오마이뉴스>가 처음 해당 문제를 공론화했을 당시 밝혔던 입장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해당 사안은 레진 전 대표와 작가 A의 문제일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회사의 태도에 대해서 웹툰작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레규연 소속 미치 웹툰작가는 "<나의 보람> 첫 계약서에는 레진 대표가 글작가라는 문구조차 없고 수익을 글작가와 나눠야 한다는 조항도 없는데 회사는 수개월 간 전 대표에게 수익을 줬다"라며 "<나의 보람>이 전 대표가 글작가로 참여한 작품이라며 홍보했다"라고 했다.
미치 작가는 "어떤 작가가 계약서도 없이 다른 작가가 계약한 작품에 권리를 주장하고 회사로부터 작가몫의 30%를 받아갈 수 있나"라며 "이건 모두 한 회사의 대표였기에, 회사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치 작가는 "대표와 법인을 분리해 선을 긋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레진과 레진코믹스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라고 했다.
레규연은 이날 미성년자 저작권 편취와 관련해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레진코믹스에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레진 전 대표가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