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11일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또 "경기도에서 먼저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 거주민의 평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중심, 경기도' 토론회에서 "대북 제재 때문에 남북 교류협력이 일정하게 제한된 상황에서 중앙정부에만 역할을 맡기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평화 레디! 경기 액션!'이라는 주제로 이 전 장관과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대1 대담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특히 "남북 교류협력에 관심은 많지만, 실천이 미약하다"며 "이럴 때 지방정부나 시민사회단체에서 풀뿌리식으로 다양한 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이 힘차게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접경지역일 뿐 아니라 분단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경기도가 먼저 나서서 첨병을 한 것은 할 일을 제대로 한 것"이라며 "경기도가 남북 교류협력에 첫 물꼬를 튼 것은 한반도 평화협력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으로 대북 제재에 대한 예외적 조치 받아내야"
앞서 이화영 부지사는 지난달 이뤄진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의 경기도 방문 성과를 소개한 뒤, "중앙정부가 닦아 놓은 큰길을 다져나가는 마음으로 북측 대표단과 논의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영 부지사는 이어 "북측이 오히려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도 지자체가 남북교류에 앞장서는 부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과 대북 제재 국면 때문에 협력이 제한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장관은 "유엔의 대북 제재 국면을 넘어서기 어렵지만, 남북 간 철도나 산림 협력 등은 북한 경제를 직접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한반도 미래를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이기 때문에 유엔으로부터 포괄적으로 제재에 대한 예외적 조치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런 면에서 우리 외교부가 열심히 노력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이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더 치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국면에서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중재자라는 역할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미국이 생각하는 제재 범위를 벗어나서 뭔가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가 '이것도 못 하게 하느냐'고 마구 달려들어야 미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단체의 역할분담론을 강조했다.
이에 이화영 부지사는 "경기도는 유엔 제재 국면 하에서 할 수 있는 분야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파주-개성 걷기대회 및 마라톤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임진각에서 개성까지 모노레일을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토크쇼 사회를 맡은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은 참석자들을 향해 "오늘 행사가 열린 수원에서 출발해 북측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선죽교와 송악산, 왕건릉 등 개성의 명소를 관람한 뒤 일상으로 복귀하는 상상을 해보라"라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화영 부지사는 북한 동물원을 방문했을 때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남쪽에서 멸종된 크낙새를 달라고 했더니 북측 인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기린하고 교환하자고 하더라"며 "기린은 목이 길어서 비행기로 수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 오지 못해 북한 동물원에는 기린이 없더라. 북측 인사가 아이들에게 기린을 보여주고 싶으니 남측에 여유가 있으면 보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 연내 답방 안 된다고 큰 문제 발생하는 것 아냐"
이종석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으로 기대감이 컸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전 장관은 그 이유에 대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기본적인 전략적 구상에 의한 것"이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연내 답방'이라고 했는데, 지금 사실 북미 간에 특별한 경우가 발생했다. 북미 간에 어느 정도 타협을 보고 나서 그다음에 4차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순서로 가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렵지만, 연내 답방이 안 된다고 대단히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먼저 열리고 거기서 일정한 타협이 이뤄진 다음에 내년 봄에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남북 공동 번영, 교류 협력 등에 대한 선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크쇼 후반 참가자들도 질의응답을 통해 남북평화 협력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청소년 교육을 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동질성 회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남북 청소년들이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행사를 경기도가 앞장서서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진걸 소장도 "접경지대에 남북 청소년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분단과 갈등의 세월이 70년이나 되는 만큼 통일을 외친다고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우선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라며 "평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자주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교류에 앞장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