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공작기계와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서 집단피부병이 발생했다. 하청노동자들한테서 피부가 벗겨지고 갈라지며 하얗게 말라버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집단 피부병은 주로 현대위아 창원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20여명이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이들 가운데 11명은 경남근로자건강센터에서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받았다.
집단피부병은 작업중 세척용 시너와 절삭유를 사용하다 생긴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들은 장갑을 끼고 있지만 반복되는 작업으로 장갑이 젖어 있고, 가공반 작업시 절삭유에 피부가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피부질환이 생긴 비정규직들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치료를 해왔다. 그러다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가 지난 12월초 피부질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경남근로자건강센터에서 진단을 받았다.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는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과 함께 26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들은 "공작기계 생산에 있어 당연하게 여겨오는 작업들인 시너로 부품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일반 목장갑을 착용하여 시너와 걸레로 닦아내는 작업이 있다"며 "늘 작업자의 장갑은 젖어버리고 손은 휘발성 물질에 노출된 탓으로 하얗게 말라버린다. 반복되다 보면 반드시 피부가 벗겨지고 갈라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현장 내에는 지정된 화장실 외에는 손을 씻을 장소가 없다. 작업할 때마다 화장실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눈치 보여 일하다 보면 손은 어느새 망가져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여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면 오히려 유난을 떠는 사람 취급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업체 책임이라는 것. 이들은 "하청업체 사장들의 태도만이 문제가 아니고, 원청인 현대위아는 공장 한 동에 하청들을 모아놓고 이런저런 핑계로 작업환경측정에서도 제외시키고 안전과 보건의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이 위탁했다는 안전점검 외주업체는 현장에 나타나지고 않고 있다. 사측은 품질향상의 명목으로 유해물질의 함량이 더 많은 제품으로 교체 사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결과 현대위아 하청노동자들은 재래형 직업병으로 알려진 피부질환에 집단적으로 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는 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청노동자들은 절삭유, 오일류, 세척류 등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특수건강검진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오로지 하청업체 관리자가 '너! 너! 검진해'라고 지정할 뿐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으로부터 예방조치를 위한 특수검진을 받지 못했고, 특수검진이라는 제도조차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안전진단결과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작업환경측정결과도 알 수 없다. 이유는 하청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안전보건진단은 하청노동자를 포함해서 이루어진다"며 "하지만 왜 하청노동자들은 안전보건진단의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해 몰라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들은 "현대위아 하청노동자 전체에 대한 임시건강검진을 즉각 실시할 것"과 "특수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할 것", "안전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할 것" 등을 촉구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은 이날 곧바로 현대위아 창원공장에 대한 현장 확인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자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특수건강검진 대상이고, 사업주는 안전보건진단 결과를 당사자한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들이 진단을 받았다고 하는 경남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 의사 설명을 듣고, 현대위아 창원공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