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장남평야의 새들을 꾸준히 관찰해왔다. 2017년 11월 총 148종이 넘는 관찰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규모로 조류가 서식하는 내륙의 농경지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고 필자는 단언할 수 있다.
금강과 접한 농경지이기 가능한 일이다. 농경지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많은 새들이 찾아오기도 힘든 것 역시 사실이다. 장남평야 농경지가 새들의 먹이공급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유지되는 장남평야의 농경지에 또 다른 새가 찾아왔다. 그동안 관찰되지 않았던 종이다. 국내에서도 보기드문 매우 희귀한 종이다. 바로 흰눈썹뜸부기이다. 장남평야에 일부 묵논(농사를 짓지않고 묵혀놓은 논)에 자란 부들 사이에서 지난 12월 확인되었다.
서식하는 것만 확인하고 좀처럼 화면에 담을 수 없었던 흰눈썹뜸부기를 1월 3일 실제 모습을 확인했다. 매우 귀한 자료이다. 이로서 장남평야에서 서식하는 조류 1종이 추가되었다. 2018년 제비물떼새, 큰물떼새, 검은목두루미에 이어 4종이 추가되면서 장남평야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종은 152종이 되었다.
대전시 자연환경조사결과 139종이 대전에서 서식하는 것과 견주어보면 152종이 작은 농경지를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흰눈썹뜬부기는 장남평야 뿐만 아니라 대전과 세종에서도 최근 관찰기록이 없는 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귀한 철새로 탐조인들도 쉽게 만날 수 없다. 장남평야에서의 월동은 조류학적으로 의미있는 기록이다. 29cm의 작은 흰눈썹뜸부기는 습지가 잘 발달된 곳에서 서식한다. 시베리아 등의 습지에서 번식하고 남하하여 월동하는 모습이 가끔 목격될 뿐이다.
이렇게 귀한 흰눈썹뜸부기는 장남평야가 잘 보전된다면 흑두루미처럼 매년 월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흑두루미 하나로도 중부권에 으뜸가는 철새들의 메카가 될 수 있는데 거기에 흰눈썹뜸부기까지 월동하고 있다면 여기만한 곳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장남평야의 농경지는 현재 상태로 보전되어야 한다.
그런데 행복도시건설청이 농경지를 줄이고 주변을 인공공원으로 조성하려 시도중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세종시 건설과정에서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에서 금개구리가 서식할 수 있도록 논으로 보전하기로 한 원칙을 세웠다. 원칙대로 이곳을 지키며 유지·관리해야할 행복도시 건설청이 인공공원 조성계획을 들고 나온 것이다. 몇몇 주민들의 요구 때문에 인공공원 조성계획을 세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세종생태보전시민협의회 등이 장남평야를 그대로 보전해달라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충분한 당위도 있다. 이미 세종호수공원과 국립수목원이라는 거대 공원이 들어서면서 장남평야의 2/3가 훼손되었다. 남은 공간 중에서도 30%만이 농경지로 보전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공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 장남평야에서 월동하고 있는 희귀새 흰눈썹뜸부기와 멸종위기종 큰고니,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에게 논이 없다면 월동은 불가능하다. 논은 이들의 먹이터이기 때문이다. 장남평야는 앞으로도 계속 농경지로 남아 있어야 한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추진 중인 인공공원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흰눈썹뜸부기와 세종시의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