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의 한 대리점이 소속 택배기사가 2만8천 원을 횡령했다며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대리점은 해고에 이어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까지 한 상태이지만, 택배기사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거짓 사실을 꾸며내 자신을 해고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말 인접 지역으로 배달 가는 택배 물건을 기사들이 직접 주고받아 배달하며 발생했다. 택배 물건을 기사가 접수하면 시스템에 등록한 후 통합물류센터에 넘겨 다시 각지로 배달하는 통상적 중간 과정을 생략한 채 인접 기사들이 직접 물건을 주고받았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받은 택배비 2만8천 원을 기사들이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게 대리점 측의 주장이다. 대리점 측은 지난 7일 경찰에 택배기사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반면 물건을 넘겨받아 배달한 뒤 해고된 택배기사는 자신은 다른 기사에게 물건을 건네받아 전달만 했을 뿐 금전적 이득은 취하지는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이번 사안을 노조 탄압으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16일 오후에는 CJ대한통운 부산지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는 대리점장이 했지만 관리 주체는 CJ대한통운"이라면서 "대리점과 CJ대한통운이 노조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고된 택배기사 역시 기자회견 현장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아무개씨는 "열악한 현실과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하고 있는데 대리점은 대화도 없이 해고를 통보했다"라면서 "확실한 노조 탄압"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번일 뿐 아니라 해당 대리점장이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권유하거나 난폭 운전 등을 구실삼아 차량 반납을 요구하는 등 그동안 노조 활동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CJ대한통운이) 사실상 악덕 대리점장과 공모하여 노동조합 파괴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조합원의 해고를 막기 위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CJ대한통운 대리점 측은 "정당한 운임을 횡령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라면서 "노조 문제와는 상관없이 택배 대리점 입장에서는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리점 측은 "해고된 노조 소속 택배기사에게 물건을 전달한 쪽은 비조합원이었는데 이번 문제로 역시 퇴사했다"라면서 "노조 탄압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가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