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없이 여행할 수 있을까?
tvn에서 방영된 <꽃보다 할배>는 시니어 자유여행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평균연령 76세의 출연자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눈빛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고, 그것은 마치 자유여행은 더 이상 청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선전포고와 같았다.
하지만 막상 시니어가 자유여행을 떠나기엔 현실적 제약이 있다. 자유여행은 정보력이 생명이다. 항공권, 숙소, 교통편 등 수많은 정보 속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니어들은 젊은 층에 비해 정보접근성이 약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장벽도 시니어들을 주눅 들게 한다. 물론 <꽃보다 할배>에서는 이서진이 짐꾼으로 활약하며 이 난관들을 해결한다. 문제는 현실의 시니어들에게는 이서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서진 없이 시니어들은 어떻게 여행할 수 있을까?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여행강좌
최근 시니어가 자유여행을 떠날 수 있게 가르쳐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생겼다. 야놀자 계열사 여행대학에서 마련한,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이다. 지난 2018년 12월 19일부터 7주간 총 8회에 걸쳐 시니어를 대상으로 여행문화를 교육 중이며 전 과정은 무료다.
또한 강의만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들이 그동안 교육받은 내용으로 자신의 여행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마지막 과정이다. 이 발표를 마쳐야 수료증이 발급되며, 1인당 10만 원의 여행경비가 지급된다. 그리고 전체 인원이 참가하는 졸업여행이 별도로 있는데, 이 역시 전액 지원으로 이뤄진다.
커리큘럼은 여행 준비부터 여행 기록, 여행 사진, 여행 심리학, 트래킹, 캠핑, 여행 실행, 문화유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 준비와 실행, 기록, 사진, 트래킹 정보 등 여행에 필요한 실전 테크닉을 익힐 뿐 아니라, 여행 심리학 강좌를 통해 자신이 왜 여행을 원하고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또 문화유산 강좌를 통해 여행지의 인문학적 지식을 넓히는 것까지 고려한 짜임새다.
시니어에겐 '구글신이 필요하다'
강남 야놀자 본사에서 진행되는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을 찾았을 때는 때마침 여행 준비를 위한 강좌가 진행 중이었다. 여행 전문가이자 여행 팟캐스트 "여행대학" 진행자인 이민영(미슐랭) 강사는 30여 명의 시니어 참가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해 여행 정보 찾는 법을 강의했다.
강의 내용은 구글 계정 만드는 법부터, 에버노트 사용법, SNS를 활용해 정보 검색하는 법, 항공권과 숙소 정보 비교하는 법, 좋은 식당 찾는 법, 구글 트립을 통한 여행 일정 짜는 법 등이었다. 여행에 필요한 어플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다운로드를 받고 사용법을 함께 해보는 식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열성적으로 수업에 임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어플 사용이 쉽지 않은 시니어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 미리 6명씩 5개 조를 구성해 두었고, 조별 멘토와 함께 수업 시간 중 소화하지 못한 내용을 살펴본다고 한다.
이민영 강사는 "시니어 여행은 구글에게 물어보는 것이 답"이라며, "시니어들이 자신만의 여행을 하기 위해선 스마트한 정보력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구글만 제대로 활용을 해도 젊은 사람들의 도움이 전혀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에 참여 중인 강사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여행대학 총장인 강기태, 여행전문기자 김유정, 정신과 의사 겸 여행작가 문요한, 여행∙사진 작가 오재철, 산악사진가 이상은, '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의 저자 정상근, 팟캐스트 '여행대학' 진행자이자 여행인솔자인 미슐랭과 라스트라다, 캠핑여행가 아볼타 등이 강사진으로 활약 중이다.
자유여행을 떠나고 싶은 시니어들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 1기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모두 60세 이상(1959년 이전 출생자)으로, 17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사람들이다. 총 519명의 신청자 중 지원 동기와 참여 의지, 관심도 등을 고려해 최종 30명이 선정됐다.
그중 한경표(63) 참가자는 이미 여행자를 양성하는 소셜플랫폼인 '여행대학'을 다니며 여행 강좌를 들은 경험이 있다. '여행대학'에서 젊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지만 여행 정보가 절실한 시니어 여행자들도 많이 만났다고 한다. 시니어 여행자들이 젊은층에 비해 새로운 정보를 익히는 것에 더디다보니 '여행대학'같은 오프라인 강좌가 더 많아졌으면 하고 바라던 차에, 시니어 맞춤 강좌가 생겨 등록하게 되었다.
33년간 지리교사로 근무하다 2년 전 퇴직한 추미양(60세) 참가자는 좀 더 주체적으로 여행플랜을 짜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여행은 재미가 없어서 못 다니겠고, 자신의 전문인 지리를 접목한 여행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 또 여행사진과 여행글을 쓰는 법을 익혀 자신만의 사진집을 내고 싶다고 한다.
회사 은퇴 후 10년간 고령의 노모를 돌보았다는 지종윤(69) 참가자는 이제 멀리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은 가족을 돌보느라 마음껏 떠나지 못했지만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자녀들도 독립한 지금, 비로소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지만 막상 자유롭게 여행을 가자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던 차, 여행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신청했다고 한다.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에 참가 중인 시니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두 공통된 이유가 있었다. 패키지 여행이 지겹고 힘들어 스스로 여행을 계획해서 다니고 싶다는 이유와 이런 모임을 통해 마음 맞는 여행 친구를 만나 함께 여행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지금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유자재로 여가시간을 즐기는 법을 아는 것과 함께 시간을 보낼 친구를 만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여행은 60부터!" 앞으로 계속되는 시니어 여행을 위하여
여행 사진 강좌의 오재철 사진작가는 "지금까지 시니어의 여행이 좋은 것을 먹거나 보는 1차원적인 여행이었다면, 이제 여행을 통해 잊었던 자기 자신을 찾는 여행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고령화 시대의 진정한 복지란 노년층에게 삶의 낙을 찾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65세 이상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앞으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여가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관광활동(65.8%)이었다. 사실 이 순위는 매년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백세시대라는 말을 무시로 하는 지금, 이제 시니어들의 여가활동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은 곧 2기 회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모집 기간은 1월 28일부터 2월 7일까지며, 발표는 2월 11일이다. 2기 참가자들은 2월 14일부터 3월 28일까지 교육과정에 참가하게 된다. 참가 신청 및 문의는 여행대학 이메일 (
traveluniv2014@gmail.com)과 대표번호 (02-6106-8182)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