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 한 후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 검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해 사실을 폭로한 지 1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이상주)은 23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초반부터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안 전 국장은 항소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재판부에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최종 선고에서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법정구속까지 한 경우로, 피고인 안 전 국장의 완패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범행을 통해 자신의 성추행 비위를 덮기 위해 국장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피해자에게 부당하게 인사상 불이익까지 줬다"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보이고, 검찰권 토대가 되는 인사가 올바르게 이뤄진다는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렸다"라고 덧붙였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10월 서 검사를 한 장례식장에서 성추행하고, 서 검사가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2014년 4월 정기 사무감사와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강제추행죄)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에 해당해 이미 공소시효인 6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따라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안 전 국장이 서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행위(직권남용)로만 기소했다.
검찰의 2년 구형 그대로 받아들인 법원... "증거인멸 우려 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안 전 국장이 이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였다. 안 전 국장 측은 일관되게 "인사 실무 담당자에게 기준을 위반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며 정당하고 통상적인 인사"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난 인사발령이 '인사 형평에 맞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경력 검사를 차장검사가 없는 소규모청에서 또 다른 소규모청으로 전보한 건 유례가 없다는 이유다. 또 안 전 국장의 지시 없이 이런 인사 발령이 결정되기는 힘들다는 점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성추행 의혹도 실제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례식장 참석자 진술 및 서 검사와 일하던 검사들의 말 등을 비춰보면 피고인이 서 검사를 강제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성추행 사실을 법무부 감찰 쪽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전 국장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국장의 인사권한을 남용해 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유죄로 인정한다"라며 "피고인의 주장은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안 전 국장을 법정구속했다.
안 전 국장은 법정을 빠져나갈 때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작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이프로스(검찰 내부망)를 통해 피해사실을 얘기했을 때까지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저로서는 상당히 너무 의외고 뜻밖이다, 항소심에서 다투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