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알짜배기 정보만 전달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힘도 키울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아주대 의대 교수)가 몇 차례에 걸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편집자말] |
"요즘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너무 나빠졌어!"
미세먼지 오염이 높은 날이면, 식당이나 거리에서 쉽게 듣게 되는 대화의 한 토막. 정말 우리는 미세먼지 최악의 시대에 살고 있을까? 많은 국민이 과거에는 우리나라 공기가 좋았는데, 최근 미세먼지 오염도가 급격하게 악화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지금이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래서다. 전국을 돌며 미세먼지 강연을 할 때마다 "미세먼지 오염 수치 자체는 예전이 훨씬 높았다"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반대로 나도 이런 반응에 놀라긴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장기간에 걸쳐 측정한 자료에 의하면, 과거에 비해 현재 미세먼지 오염은 현저하게 줄었음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인식에 차이가 크다는 것은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 용역 조사연구를 통해 시민 설문 조사를 해 보니,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응답이 무려 87.7%였다.
88 서울올림픽 즈음 있었던 일들
과거에도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했다. 때는 1980년대다. 88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 외국의 운동선수들이 서울은 대기오염이 너무 심각해 경기하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일본에서 출퇴근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북한도 '서울 공기가 대단히 나쁘다'라며 대남 방송을 통해 비난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당시 대기오염 자료는 비밀자료로 취급됐다.
이때 등장한 게 차량 2부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기간에 연탄 공급을 중단하고 목욕탕 문을 닫기도 했다.
어쨌든 88 올림픽은 그럭저럭 무사히 마쳤다. 이때 정부에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오염도를 조사하지 않았기에 관련 데이터는 없다. 대신 'TSP'라고 해서 총부유분진을 측정했다. 88 올림픽 당시 TSP는 212㎍/㎥였다. 이 수치를 세계보건기구나 국제 학계가 제시하고 있는 농도로 환산하면, PM2.5(흔히 '초미세먼지'라고 부름) 100㎍/㎥ 정도다. 지금 환경부의 기준대로라면, 매우 나쁨(76㎍/㎥ 이상)에 해당한다.
1980년대만이 아니라 그 후에도 계속해서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와 문제 제기하는 환경 단체 활동과 언론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미세먼지 오염 개선이 핵심 공약으로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한때 모든 사람이 천동설을 믿었던 때가 있다. 이 시절에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건, 천동설인가? 지동설인가?
미세먼지 오염 수치, 지난 30여 년 대폭 감소
이렇게 설명해도 누군가는 요즘이 미세먼지가 최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이 말하는 자료는 대개 'PM10'이 아니라 'PM2.5' 이다. 왜? 과거 측정자료가 없어서다.
미세먼지에 대해 알아보자. 대기 중의 먼지는 크기나 성분이 다른 매우 많은 종류의 먼지들이 섞여 있다. 이것들의 전체 무게를 측정하면 TSP(Total Suspended Particles, 총부유분진)가 된다. 이 중 입경이 10㎛ 이하인 것만 따로 모아서 측정한 게 PM10이고, 2.5㎛ 이하인 것만을 측정한 게 PM2.5이다. 크기가 다른 입자들이 각각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공기 중에 섞여 있는데, 단지 어떤 방식으로 측정해서 평가했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공식 대기 오염 측정망은 90년대 중반까지 TPS만을 측정했다. 그런데 입경이 10㎛보다 더 큰 입자들은 코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에, 부유 먼지 중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호흡성 입자(Inhalable Particles)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10㎛ 이하 크기의 먼지들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거다.
이러다가 최근에는 심장이나 다른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중시해 폐포(허파꽈리)에서 혈액으로 이전될 수 있는 입경 2.5㎛ 이하 미세입자(Fine Particles)를 별도로 측정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알고 있고 연구되던 PM2.5이지만, 최근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이유다.
최근 미국은 대기 중 먼지 오염도 측정과 관리 기준 등을 PM2.5로 빠르게 교체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도 PM2.5 측정망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와 기존 환경오염 관리 방식에는 별 영향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PM10 수치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방식을 가장 빠르게 수용해 대부분 측정망에서 PM2.5를 측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PM2.5 오염도를 측정한 공식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의 초기 자료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PM2.5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PM2.5 자료를 보면 해마다 다소간의 오르내림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3년부터는 약간 증가 추세 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래 표를 봐달라.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흔히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PM2.5에 대해서다. 많은 사람이 잘못 번역된 용어 때문에 초미세먼지가 신종 대기 오염물질로 착각한다. 하지만 PM2.5를 가칭하는 말이며, 그동안 장기간 측정된 TSP와 PM10에 포함된 입자들이기 때문에 계속 저감 관리 대상이었다.
필자의 경우는 서울시의 미세먼지를 PM2.5와 그보다 크기가 큰 입자로 구분해 포집하고, 각각에 포함된 돌연변이 원성과 미량유기물질들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주제로 1988년에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학위 논문을 위해 공기 중 PM2.5 농도를 측정했었다.
1986년에 서울에서 1년 동안 측정한 PM2.5의 연평균 농도는 109㎍/㎥로써 지금의 약 4배 높은 수준이었다. 겨울철에는 200㎍/㎥를 넘는 날도 많았고, 최젓값조차 80㎍/㎥ 수준이었다.
그래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PM10이 장기간에 걸쳐 감소했더라도 PM2.5는 증가했다'라는 말은 믿기 어렵다. PM10 중에서 PM2.5가 차지하는 비율은 많은 도시의 측정 자료들을 토대로 개발도상국 도시에서는 0.5, 선진국 도시에서는 0.5-0.8 범위의 값을 나타내고 그 값은 상당히 일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많은 연구 기관이 이 비율을 이용해서 PM10과 PM2.5 오염도를 서로 변환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PM2.5가 줄어야 PM10이 준다는 것은 이쪽 분야에서는 상식에 가깝다.
많은 사람이 하는 오해 중 이런 이야기도 있다. 미세먼지 오염도의 평균값은 낮아졌으나 오염도가 매우 높아지는 특수한 날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도 사실이 아니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감소해서 평균 오염도가 낮아지면,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 역시 줄어드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대로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가 늘면 평균 오염도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자료가 있다. 서울시가 지난 10여년 동안 PM2.5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를 조사한 것이다. 서울시 미세먼지 측정 자료도 그런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서울시의 PM2.5와 PM10의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를 각각 분석해 보면, 일시적으로 증감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어렸을 때 청정지역에서 살다가 커서 도시로 이주한 국민이나 최근 개발과 인구 유입이 급증한 지역의 경우에는 지금 미세먼지 오염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십 년 동안 발표된 미세먼지 오염 학술 자료들은 한결같이 지금이 최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은 최악 아니다
결론은 이렇다. 인터넷에 공개된 환경부 에어코리아 제공 미세먼지 측정값이나 그에 관한 연구 자료와 통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너무 나빠졌어'란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아직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악의 대기오염 상태에서 빠져나온 상태다.
정책 효과도 부정할 수 없다. 집마다 사용하던 연탄(석탄)이 거의 사라지고, 석유 등 연료의 품질이 크게 개선되고, 자동차와 산업체 연소시설에는 규제가 강화돼 저감장치가 부착됐다. 천연가스 사용 비율이 증가하고, 경유 가격 조정을 통한 경유 승합차 수요가 억제된 것도 효과를 봤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 과거보다 미세먼지 오염이 현저히 낮다면, 미세먼지를 더 줄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우리나라 오염 수준이 개발도상국보다는 훨씬 좋지만 선진국보다는 두세배 높기 때문에 아직도 많이 줄여야 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공격에서 아이를 지키는 방법을 발표했다. 우리가 미세먼지 오염을 더 줄여야 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안전한 환경과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답이 될지 모르겠다.
미세먼지 공격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
지난해 10월 28일 WHO는 세계 15세 미만의 어린이 중 93%가 미세먼지(PM2.5) 권고기준보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숫자로는 18억 명에 해당하며 이중 약 60만 명이 일반 대기 오염과 가정에서의 난방, 취사 연료 등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국가별 5세 미만 어린이 10만 명당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나타낸 것이다. 중아프리카, 인도 등이 가장 심각하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 중국, 동남아 등이 그다음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일본, 대양주 등과 함께 가장 양호한 영역인 10만 명당 3명 미만 그룹에 속했다. 일반 대기 환경의 미세먼지 오염은 이들 국가보다 높지만,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인 난방 및 취사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이 우리나라는 현저히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각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행동을 제시했다. 어른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다.
▲ 에너지 공급 구조에서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연료 비중을 낮춰야 하며,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 재활용 등 쓰레기 처리 시스템 향상을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쓰레기 소각을 줄여야 한다.
▲ 가정의 취사 연료와 난방 및 조명 기구를 청정 기술에 의해 공급하면 가정과 주변 지역 공기의 질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 어린이가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지 않게 하려면, 학교와 놀이터는 번잡한 도로나 공장 또는 발전소 등 주 오염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미세먼지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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