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당권 도전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한국당) 전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선 승리를 위한 '혁신'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다. 북한이 남한 요인 암살 부대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그 목표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전날 대구에 이어 26일 오후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홍 전 대표는 상인들과 인사를 나눈 후 취재진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자신이 하는 인터넷 방송 '홍카콜라'의 공개 방송을 앞두고서였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그의 당대표 도전 여부.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홍 대표는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는 "궁극적으로 마지막 승부를 보려고 하는 건 2022년 봄(대선)이다. 올 봄에 전당대회를 치르고 넘어갈지, 전당대회를 건너뛰고 넘어갈지는 몇 가지 검토할 사항이 있다"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전할 시점으로 밝힌 건 오는 30일 자신의 출판 기념회 자리다.
하지만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그는 "나도 뒷방에 있다가 강남에서 놀다가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당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뒷방에 앉아서 놀다가 2022년에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 "그런데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이 당의 역할이 국민들에게 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 향한 비판에 "어이없다"
현재 한국당의 상황에 대해서는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며 혹평을 쏟아 부었다. 우선 그는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에 반발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을 지칭하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투쟁으로 국민들에게 제1야당 역할이 각인되겠나"라면서 "당이 이렇게 가다가는 무너진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 질문에는 "출마 할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당권 주자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입을 열긴 했지만 박한 평가를 내렸다.
홍 전 대표의 리더십이나 지방 선거 결과를 두고 문제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는 말에 그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전 대표는 "어이없는 게 그때 그 사람들 어디가 있었나"라면서 "나는 광역단체장 선거 끝나자 책임졌다. 사퇴했다. 근데 기초·광역의원 떨어진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단 한 명 사퇴한 사람 있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부 주자들이 어이없는 게 그 어려운 선거(지방선거 시절)를 치루고 있는데 입당해달라고 사람을 다섯 번 보냈다. 입당 안했다. 어떤 사람들은 공동선대위원장 해달라고 사람 세 번 보냈는데 입당을 안 했다"라면서 "밖에서 웰빙하면서 놀다가 당이 어려울 때 당 맡아서 고군분투한 사람한테 네 책임이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내가 당 대표 되면 다를 것...혁신을 해야"
평당원들의 '당심'은 자기에게 있음을 자신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나 도와주고 안 도와주고 나는 관심없다"라면서 "자기들 지역이나 중앙에서 제대로 역할했는지 다시 검토해보라"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당 대표가 된다면 훗날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책임의 방식은 내년 총선 공천이다. 홍 전 대표는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다를 것"이라면서 그 이유를 "공천권이 걸려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한정 짓기는 했으나 "지역을 아우르는 후보자를 어떻게 할지는 내년 공천의 중요한 문제"라면서 "혁신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경제 무능과 안보 불안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유지했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대해 "좌파 이념을 심어서 경제를 운영한다"라거나 "하늘, 바다, 땅을 양보하고 모든 걸 선무장 해제하고 있다"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국방백서>에 북한이 남한 요인 암살부대를 창설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그 타깃이 자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홍 전 대표는 "(북한이) 암살부대를 창설했으면 제일 먼저 암살할게 누구겠나"라고 묻고는 "아마 나일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북한 노동신문을 한번 보라"라면서 "한 달 이상 내 욕을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