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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구치소행 호송차를 타고 있다.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구치소행 호송차를 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서울중앙지법 형사 3부(성창호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하여 기소된 김경수 도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도지사는 법정 구속됐다. 

그러자 당사자인 김 도지사를 비롯한 여당 인사들이 성창호 부장판사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특수관계가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며 신뢰성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성 부장판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김경수 도지사를 옹호하고 있다.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과 인사심의관,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 2018년 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었다.

《문선(文選)》의 〈악부(樂府)〉'군자행(君子行)'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군자는 미리 방지하여 혐의받을 염려가 되는 곳에 있지 말 것이다(君子防未然 不處嫌疑問).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자두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않는다(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법관의 회피라는 제도가 있다. 법관(法官) 자신이 기피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그 직무의 집행으로부터 탈퇴(脫退)하는 제도를 말한다(형사소송법 제24조). 법관이 스스로 기피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때는 사건의 재배당이나 합의부원의 재구성에 의하여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회피해야 한다. 재판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성창호 부장판사는 자신이 사법농단과 관련하여 조사까지 받은 상황이라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하여 재배당 등을 요청하거나 회피했어야 한다. 유죄 판결을 하더라도 최소한 법정구속을 미룸으로써 의혹의 시선을 걷어냈어야 한다. 그런데도 유죄 판결을 하면서 덜컥 법정구속까지 하자 피고인 측과 여당에서 들고일어난 것이다.

'양승태 키즈' 손가락질?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성창호 부장판사가 김경수 재판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 법정구속까지 하면서 그 오해에 기름을 부었다는 점은 굉장히 부적절하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를 들어서 성창호 부장판사를 공격하는 여당의 태도도 잘못됐다. 김경수나 여당은 공적인 인물들이다. 지나치게 성창호 부장판사를 비판하면서 재판의 신뢰성을 흔들어댈 일은 아니다.

정부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단으로 책임과 희생이 뒤따른다. 더욱이 김경수 도지사는 여당의 핵심인물이다. 지나치게 그를 옹호하려다 보면 오히려 현 정부에 크나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향후 항소심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박근혜, 이명박 정권, 그리고 양승태의 사법부를 생각해 보라. 사법개혁을 주도해야 할 정부여당이 사법부의 판결 하나하나에 대하여 공격을 하면서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좀 더 의연하고 냉철하게 행동하면서 국민과 법원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

'기피신청 대상인가' 논란의 여지 있지만... 법원, 세심했어야

덧붙여서 삼성전자 고문을 지낸 임우재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자의 딸 이부진의 이혼 사건과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사건의 판결 이유를 생각해보자.
 
'재판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재판이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신뢰를 갖게 함으로서 구체적인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당사자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기피제도를 두고 있다.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라 함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 즉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적 관계, 또는 법관과 해당 사건 사이의 특별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때를 말한다. 그러므로 평균적 인반인으로서의 당사자의 관점에서 위와 같은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실제로 그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헌법과 법률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9. 1. 4. 선고 2018스563 결정).'

위 판결의 취지에 비춰 볼 때 김경수 도지사에 대한 성창호 부장판사의 재판이 기피신청의 대상이 되느냐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성창호 부장이 사법농단에 관여됐다는 의혹만으로,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할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사법농단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수사 과정에서 법원 내부의 집단적 저항이 표출된 마당이라면 사건의 재배당 등을 통해서 오해의 소지를 없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의혹의 시선이 가는 재판장이 맡아서 판결을 선고했으니,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니겠는가?

판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원의 세심한 배려와 의지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법원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는 꼴이 되었다. 이래서 옛 선조들이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김경수성창호#김경수드루킹판결#성창호판결신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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