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거제·창원지역을 비롯한 협력업체의 도산과 조선업 생태계 파괴로 최대 14조원의 금융 피해와 총 5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대우조선에 엔진 등을 납품해오고 있는 창원 HSD엔진(옛 두산엔진)과 STX엔진, STX중공업의 노동조합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상욱 금속노조 HSD엔진지회장과 신규철 STX엔진지회장(이상 민주노총), 신재중 STX중공업노조 위원장(한국노총)은 민중당 손석형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 석영철 경남도당 위원장, 성만호 거제시위원장, 이길종 전 경남도의원과 함께 2월 13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우조선의 매각 이야기가 나온 뒤부터 일부 납품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졌다. HSD엔진의 경우 지난해 대우조선의 전체 선박물량 엔진의 상당수를 담당해 왔지만, 현대중공업이 인수하게 되면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엔진을 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규철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게 현실화 되면,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매출이 크게는 절반 가량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경남도는 지금이라도 기자재 납품 업체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13조원 공적 자금 투입했는데"
이들은 이번 매각이 "13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현금 4000억원에 팔아치우는 재벌 초특혜"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분할 존속법인인 조선통합법인이 중간지주회사로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 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유상증자에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율(30.9%)만큼 참여할 예정으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초기 현금유출은 4000억원이 전부인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 2015년 4조 2000억, 2016년 3조 2000억, 2017년 5조 8000억 등 약 13조원을 투입했다.
이들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4000억의 자금투입으로 약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되었다"며 "이는 단군 이래 유례가 없을 정도의 재벌 초특혜다. 당연히 13조원 국민혈세에 대한 산업은행의 배임 혐의가 매우 짙어 보인다"고 했다.
또 이들은 "시장점유율 상위업체인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과 합병하게 됨으로서 시장독점과 비용절감이라는 이중의 이익을 쥐게 된다"며 "더구나 재벌 3세 승계에도 매우 유리해 진다. 산업은행이 나서서 현대중공업 재벌을 키워주고 3세 승계를 도와주는 꼴"이라고 했다.
경남도에 대해, 이들은 "조선산업의 위기 속에서 대우조선의 매각이 창원과 경남지역의 조선 산업에 미칠 파장에 대해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석영철 위원장은 "대우조선 매각은 충격적인 일이고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김경수 지사의 구속보다 더 큰 이슈다. 매각 발표 이후 조선 기자재 납품업체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며 "대우조선은 국제 브랜드가 있는데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손석형 후보는 "위기에 빠진 경남의 조선 산업에 더 큰 위기가 닥쳤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엔진 등 양사의 중복된 사업 분야로 인해 결국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을 불러올 뿐"이라며 "거제와 창원을 비롯하여 경남의 조선산업과 조선기자재 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기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일방적인 인수합병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경남도는 이번을 계기로 경남공공조선 설립 등 경남의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