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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수정초등학교 4-3반이 펴낸 시조집 <와글와글 숨바꼭질>.
진주 수정초등학교 4-3반이 펴낸 시조집 <와글와글 숨바꼭질>. ⓒ 수정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한 해 동안 시조 짓기를 해 책으로 펴냈다. 진주 수정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들이 펴낸 <와글와글 숨바꼭질>(어린이시조나라 간)이다.

시조시인 신애리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한 해 동안 쓴 시조다. 신애리 교사가 한 해 동안 아이들과 시조짓기를 하고 책까지 펴낸 지 12년째가 되고, 이번에 열 두 번째 책을 펴낸 것이다.

"누가, 누가 자랄까? 호기심이 뿅뿅뿅/배꼽이 급한가봐 쑤욱쑥 발 나온다/검은색 방패 속에서 언제까지 숨을 래?"(김대희 "강낭콩").

"네모난 사각형이 우리 집에 붙었어/창문도 직사각형 TV도 직사각형/요란한 사각형 마을놀이터가 신나요"(김상우 "사각형").


재미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 묻어 있다. 강낭콩이 발아할 때 껍질을 '검은색 방패'로 표현했고, 집에 있는 물품이며 구조가 온통 사각형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시조로 창작한 것도 대견하다.

"커다란 거인친구 태양을 가려준다/수많은 아이들로 그늘을 만들어 놓고/마음이 따뜻하지요 울 할머니 같아요"(박준기 "소나무").

"엄마가 집에 오면 열쇠부터 끼우지/동생이 집 열쇠를 두고 왔어 울어요/대문이 화가 났어요 문 안 열어 절대로"(손현아 "열쇠").

"눈을 감고 앉아서 강바람을 맞으면/따오기 울음소리 귓가에 달라붙지/나 혼자 기러기 되어 바람 타고 싶어요"(심소휘 "우포늪").


아이들의 표현력이 넓고 깊다. 아이들은 소나무를 보고 할머니를 떠올리고, 열쇠를 놓고 오니 대문이 '화'가 났다고도 한다. 그리고 시조 한 수에 원시적 자연을 품은 우포늪의 풍경이 다 담겨 있는 듯하다.

"북한과 대한민국 통일이 된다 하면/백두산 금강산이 우리를 부르겠지/어서 와! 꼬마 호랑이랑 숨바꼭질 하겠지"(윤정무 "통일이 되면).

"언제나 한 아름씩 숙제가 생기지요/친구들은 싫다고 언제나 투덜투덜/그래도 선생님 마음 일편단심이지요"(정승환 "숙제").

"아빠의 구두 닦고 엄마의 빨래 개고/꿀순이 배고픈데 용돈 좀 넣어줘요/먹어라 엄마 선물이다 때가 도면 또 주셔"(조지현 "용돈").


아이들의 상상력이 시조에 담겨 있다. 통일이 되면 백두산·금강산에 가서 꼬마호랑이와 숨바꼭질 하는 상상을 하는 아이들이다. 선생님이 숙제를 적게 냈으면 좋겠다거나 엄마가 용돈을 많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의 마음이 시조에 담겨 있다.

학부모 김현정씨는 "뒤돌아보면, 시조쓰기란 학급교육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배려를 키울 수 있도록 고운 말을 쓰는 소통의 장을 열어 주었다"며 "그 속에서 아이들은 긍정적인 사고로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끌고 가는 성장의 열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해보다 값진 한해였다"고 했다.

서관호 <어린이시조나라> 발행인은 "시조는 겨레시다. 한국시조시인협회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시조가 소중한 문화유산임에도 교과서에는 있으나마나한 정도이고, 시조를 알고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은 경남에서 신애리 교사뿐이다"고 했다.

이어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세월, 무려 12년간이나 시조를 가르쳐 오며 쏟은 열정, 겪은 애환이 오죽했겠느냐"며 "시조가 세계유산이 될 때까지, 시조가 국시를 넘어 온 세계를 위리의 문화영토로 만들 그 날까지 시조 만세"라고 덧붙였다.

신애리 교사는 "아이들의 생각과 희망을 글로 표현해 보자. 우리 글, 우리 시 형식으로 써보자는 원칙을 지키는 일에 충실한 12년이었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꿈꾸는 시조 여행을 함께 해준 가장 멋진 동반자 4학년 3반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의 꿈도 꼭 이루어지길 기도한다"고 했다.

진주 수정초교 4-3반은 지난 9일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신애리 교사는 "어젯밤 영화 <말모이>를 봤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목숨을 건 우리말 사랑을 지켜보면서, 시조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온 저의 소신은 옳았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압제에서 독립된 이 땅에서 우리 글 시조를 지키는 일이 아직도 힘들다는 사실, 교과서에서도 사라지고 기속 속에서도 사라져 가는 일이 된다는 것이 아쉬워서 아이들과 함께 다시 독립투사가 되기로 한다"고 했다.
 
 신애리 교사는 진주 수정초등학교 4-3반 아이들과 시조짓기를 해 책 <와글와글 숨바꼭질>을 내고 지난 2월 9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신애리 교사는 진주 수정초등학교 4-3반 아이들과 시조짓기를 해 책 <와글와글 숨바꼭질>을 내고 지난 2월 9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 수정초등학교

#시조#신애리#진주 수정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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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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