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스텔라데이지호 VDR(항해기록저장장치, 이하 블랙박스) 회수 이후, 이어진 심해수색 과정에서 사람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가 추가로 발견됐다.
외교부는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남아공) 현지시간 2월 20일 선체 파편물 주변 해저에서 사람의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와 작업복으로 보이는 오렌지색 물체를 발견했다"라고 발표했다.
<오마이뉴스>가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이하 대표, 2등항해사 허재용씨 누나)에게 추가로 확인한 결과 "심해수색 선박에 승선한 가족이 유해를 정확히 확인했다"면서 "1차 수색 철수 전 마지막 수색에서 유해를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와 선원의 유해가 발견되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재 심해수색 선박인 '시베드 컨스트럭터호'에는 실종자 가족 1명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원 2명을 제외하고는 해당부처 공무원들이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다.
허영주 대표는 지난 20일 <오마이뉴스>를 만나 "발주처인 외교부가 승선을 하지 않은 것은 현장감독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면서 "정부는 오히려 지난해 11월과 12월 가족들에게 정부가 현장에 가지 않는 걸 동의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50억 예산 투입된 수색 작업, 현장엔 '감리'하는 공무원 없어
허 대표의 말대로 현재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 선박인 시베드 컨스트럭터에는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감리공무원'이 아무도 없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시 현장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인원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허 대표는 "이로 인해 지난 20일에도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1차 때 10일간 사고현장을 수색하기로 한 노르웨이배 시베드 컨스트럭터 선원들이 자국법을 이유로 수색 6일 만에 배를 돌려 돌아가려 했다"고 전했다.
'출항이 지연돼 날짜를 허비했다'는 것이 선원들의 주장인데, 외교부가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선원들을 고용한) 미국업체 '오션인피니트'와 맺은 계약대로라면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1차 수색에서 10일, 2차 수색에서 15일 동안 심해수색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장을 감리하는 관리자가 없는 탓에 시베드 컨스트럭터호 선원들은 임의대로 1차 수색을 접으려 했다는 것이다.
"블랙박스는 한국에 오면 안 된다"
앞서 지난 17일 발견된 블랙박스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당시 마지막 조난 신호가 발신된 지역에서 불과 1㎞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이에 대해 허영주 공동대표는 "하늘이 도왔다"라고 밝혔는데, 복잡한 수색 과정 때문이다.
이번 블랙박스 수색 작업은 침몰 추정 위치를 기준으로 가로 55㎞×세로 23㎞의 직사각형 면적에 4대의 자율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잠수정이 잔해가 모여 있는 지점을 음파를 이용해 찾는 방식을 취했다.
이후에 로봇팔이 달린 ROV(원격조정 무인잠수정)를 투입, 특정된 위치에서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현장을 확인해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선교에서 떨어진 블랙박스도 이 과정을 거쳐 지난 17일 수거된 것이다.
그러나 허 대표는 어렵게 수거한 블랙박스를 "한국에 갖고 오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적으로 블랙박스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것"이라면서 "블랙박스가 한국에 오면 현재로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박스가 우리나라에 와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심해 3000미터 이상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한 경험도, 이를 분석할 실질적인 능력도 없다"면서 "호주와 프랑스 등 해외 전문 기관에서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해외 전문 업체를 통해 이번에 수거한 블랙박스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정부와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21일 현재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선교를 제외한 본체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컨스트럭터호 선원들이 예상보다 빨리 1차 철수를 준비했던 만큼 남은 수색 기간이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은 회수된 블랙박스만 부식 방지를 위해 특수용액에 담가 시베드 컨스트럭터호에 보관 중이다. 정부가 블랙박스 분석 업체 선정 등을 '결정'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는 21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공동대표(2등항해사 허재용씨 둘째누나)는 "(필리핀) 생존자 증언에 의하면 탈출직전 선원들은 탈출용 방수복 입고 조타실에 있었다"면서 "한명이 발견됐으면 다른 선원들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정부가 유해를 수습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브라질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다 우루과이 동쪽 3000km 해상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당시 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은 실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민원 1호'로 공약한 바 있다.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만 명이 넘는 국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정부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