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사장 이덕선, 아래 한유총)가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온건파'로 분류되는 또 다른 사립유치원 단체가 교육부 '에듀파인' 동참을 선언했다.
한유총에서 갈라져 나온 임원들이 중심이 된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공동대표 박영란, 장현국, 백희숙, 아래 한사협)는 21일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위원장 남인순 의원)에 참석해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설립자를 위한 시설사용료 반영 등을 요구하며 에듀파인 참여를 거부한 한유총과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한유총은 한사협을 '관제단체'로 규정하고, 회원들의 이탈을 크게 경계하는 분위기다.(관련기사:
"MBC 한겨레 CBS 나가라!" 한유총 '불통' 기자회견)
한유총 주장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21일 오후 임병하 한사협 대변인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임 대변인도 사립유치원 설립자이자 원장으로 20년 넘게 유아교육에 몸담았다.
"시설사용료는 소수 대형 유치원들 요구"
- 한사협이 21일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에듀파인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한유총은 시설사용료를 요구하며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에서 시설사용료를 인정하더라도 혜택을 받는 곳은 300개 정도인 소수 대형 유치원이다. 나머지 2000여 개 중소형 유치원은 여건이 안 된다. 최근 경기도 일대에서 빚을 내 유치원을 설립한 소수 몇 사람들이 시설사용료를 요구하는 거지, 실제 에듀파인 도입으로 유치원 운영상 어려운 부분은 원아가 갑자기 그만둘 경우 예산 부족분을 채운다든지 인건비 부족 등 재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국민 여론상 회계를 투명하게 안 하면 유치원장들이 비리 집단으로 비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 우선 회계를 투명하게 한 뒤 이후 원비 현실화, 무상교육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위해 교육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오늘 교육부 차관이 한사협에 지속적인 정례회의를 제안한 것도 한사협의 대표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면 된다."
- 한유총 기자회견에서 이덕선 이사장이 '우리 회원 가운데 전 임원 등 50여 명이 한사협을 만들었고 정부에 편향된 관제단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원수가 51명이라는 건, 법인 등기를 빠른 시간 내에 받기 위해 정관에서 요구하는 최소 인원인 50명을 맞췄을 뿐이다. 나중에 한유총 회원들이 계속 우리 쪽으로 넘어오니 불안한 한유총에서 내부단속하려고 정관 인원 숫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유총 쪽의) 인신 공격 때문에 가입원서는 나중에 쓰기로 하고 일단 가입비를 접수한 이들이 750명이 넘는다."
"원장 750명 가입비 내... 앞으로 더 많이 넘어올 것"
- 한사협으로 넘어오려는 회원들에 대한 압박이 심한가?
"가입비 명부가 일부 노출돼 주변에서 배신자라고 하다 보니 동참하는 대신 일단 명단에서 빼달라는 분도 있다. 어제 이사회에서도 기자들이 나타나니 1/4 정도는 자리를 피했다. 사진 찍히고 신변이 노출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보니, '한사협에서 하는 일은 맞지만 우리를 노출시키지는 말아 달라'는 요구가 다수다. 현재 한사협에 동참하겠다고 먼저 10만 원씩 가입비를 내고 분위기가 바뀌면 한꺼번에 넘어오겠다고 분들이 많은데 그게 돈으로 7500만 원 정도 모였다."
- 한유총은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고 오는 25일 국회 앞에서 총궐기대회까지 예고했다. 이런 강경대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좀 답답하다. 이런 걸 '애쉬효과(Asch effect, 동조효과)'라고 하는데, (한유총 주장이) 정당하지도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 끌려가는 분위기다. 많은 원장들이 자신의 의사에 상관없이 많이 휩쓸려가는 거로 보인다."
- 한유총 안에도 (집행부와) 다른 생각하는 원장들이 많나.
"굉장히 많다. 오늘도 보도 나가고 한사협을 긍정적으로 보고 동참하겠다는 전화가 사무실로 많이 걸려오고 있다. 지금은 (동참하고 싶어도) 압박하는 분위기 심하다. 유치원 원장들 가운데 나이든 여성분들이 많은데 주변에서 '배신자'라고 하니까 몸을 많이 사린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변에서 안 좋은 얘기 듣는 걸 싫어한다."
- 압박하는 분위기가 해소되면 한사협으로 많이 넘어올 거라고 보나?
"그렇게 되면 많은 분들이 넘어오지 않을까 싶다. 협회라는 게 대표성을 가지고 정부와 대화하고 타협하자고 만든 건데, 정부와 소통이 막히는 협회는 협회 기능을 못하는 '식물 협회'나 다름없다. 그런 협회를 원장들이 얼마나 따르겠나. 교육부에서 우리와 계속 정례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원장들이 그걸 알면 3월에 회비를 한유총에 낼까, 한사협에 낼까? 그때가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거다. 확신이 생기면 한유총에서 한사협으로 많이 넘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