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며 지난 역사 앞에 겸손한 당, 후대에 당당한 당이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전두환씨가 23년 만에 고 조비오 신부 등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 11일, 자유한국당은 세 줄 짜리 입장을 발표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같은 날 오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세간의 미진한 의혹들이 국민 앞에 말끔히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재판이 가진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황교안 대표 또한 이날 창원 현장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두환씨 재판 출석에 대해 "길게 말할 것은 아니"라며 "법 지배가 온전하게 이뤄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일축했다. 황 대표는 이후 '5.18 망언' 의원 징계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 나오자 "당헌 당규 절차가 다 정해져 있으니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5.18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를 연사로 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 이종명 의원을 비롯해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묘사한 김순례 의원까지. 이들 '5.18 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날 한국당의 '전두환 출석' 입장은 다른 당의 또 다른 비판 소재가 됐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특히 "마침내 한국당이 금기어인 전두환 그 세 글자에 대해 입을 열었다"라면서 한국당의 이날 입장을 직접 인용했다.
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역사 앞에 겸손한 당, 후대에 당당한 당이라는 다짐도 좋지만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당장 한국당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부터 처리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라면서 "한 달 넘도록 징계를 뭉개며 어물쩍 넘어가면서 난데없이 후대에 당당한 당이 되겠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전두환 좀비 처리 미적이는 한국당"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더 나아갔다. 그는 '망언 3인방' 의원을 "전두환 좀비"라고 표현했다. 문 대변인은 "이종명, 김순례, 김진태와 같은 전두환 좀비들에 대한 단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면서 "5.18 망언을 두고 역사적 해석 운운하며 망언 3인방의 처리를 미적거리는 한국당의 몰상식도 반인륜적이기는 매한가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두환씨에 대한 사법부의 명징한 판단을 요구했다.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재판을 거부하다 강제 구인장 발부에 출석을 결정한 전씨의 태도에 "진정성을 찾아 볼 수 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그렇기에 더더욱 추상같은 단죄가 필요하다"라면서 "이제는 자신의 말과 글에 책임을 져야 할 차례다, 법원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전씨에게 '속죄'를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모든 기억이 지워져도, 저지른 만행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라면서 "이번 재판이 속죄할 마지막 기회인만큼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더 늦기 전에 아픈 역사를 스스로 바로 세워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