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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평양을 출발하기 위해 전용열차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김 위원장의 모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평양을 출발하기 위해 전용열차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김 위원장의 모습. ⓒ 연합뉴스
 
"오늘 우리 당에 있어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임무는 없습니다."
"현시기 우리 당사상 사업에서 중요한 과업의 하나는 사회주의경제건설을 다그치는데 선전·선동의 화력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불발된 이후 처음 목소리를 냈다. 최근 개최된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서다. 당 초급선전 일꾼은 당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직접 주민들을 만나며 사상·선동 사업을 한다. 최일선에서 북 주민의 반응을 살피는 이들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들에게 미국을 비난하거나 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경제발전' 목소리를 담았다. 북의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이 보낸 서한을 보도했다.

흔들림 없이 '경제발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서한을 보낸 당 초급선전일꾼대회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와 상관없이 10일로 예정되어 있던 행사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보낸 서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작성됐는지 후에 작성됐는지는 알 수 없다. 보통 김 위원장의 이름으로 나가는 서한은 작성과 검토를 위해 몇 주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성 시점과 관계없이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경제발전'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밝힌 '경제발전 총집중노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는 1년 전 북이 내세운 목표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 불발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2018년 4월 2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전국이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정치국 위원부터 도·시·군, 주요공장, 행정 간부 등이 모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밝힌 북의 미래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를 두고 "김정은이 경제발전을 독려한 건 비핵화의 길을 가기로 했던 것을 다시 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라며 "비록 이번에 (북미 회담의) 성과가 없었어도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향한 걱정도 감추지 않았다. 당이 주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언급한 건 그래서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이 '투쟁 목표'라고 밝혔다. 인민들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게 당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도 못박았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했던 주민의 실망을 누그러뜨리면서도 결집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실장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러 하노이에 간다는 것을 북 주민들에게 다 알리고 갔다. 사진도 찍고 뉴스에도 내보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 회담 이후 제재가 어느 정도 풀릴 거라고 기대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아직 북에서는 합의가 불발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바깥소식을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어쨌든 김정은으로서는 이 실망감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정은 "수령도 사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서한에서 최고 지도자를 신격화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서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수령은 오류가 없다고 선전·선동해 온 것에서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는 사실 김정은 체제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르게 주민들에게 종종 고개를 숙였다.

2018년 신년사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부족'을 자책했다. 김 위원장은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김정일 시대 강조해온 '수령 무오류' 법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틀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내보인 것이다.

서한은 이를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수령은 인간과 생활을 열렬히 사랑하는 위대한 인간이고 숭고한 뜻과 정으로 인민들을 이끄는 위대한 동지"라며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우상화를 견제하는 건 정상국가로 가려는 노력으로 보인다"라며 "김정은은 원래 인민대중주의를 강조하며, 인민과 함께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많이 노출해왔다. 흰쌀밥, 고깃국처럼 북 주민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예를 들어가며 말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짚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공사 역시 10일 김 위원장이 '수령의 신비화'를 내려놓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김정은이)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은 긍정적이다. 김정은은 이미 2012년 등극하면서 당 규약 등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과 연결시키는 것을 반대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은#북미 정상회담#서한#경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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