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벨기에, 호주 등 세계를 휩쓴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이 15일 한국에 상륙한다. 중·고생 300여명이 주축이 된 '315 청소년 기후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후악당국가 탈출'을 선언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행사는 사전 퍼포먼스와 참가자 자유 발언 등에 이어 청와대 인근 분수대까지 행진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주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안일한 모습을 비판하고 적극적 정책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후악당국가 탈출' 선언, 청와대까지
이날 행사는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각국 청소년들의 시위 '미래를 위한 글로벌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 for Future)의 일환이다. 기후행동에 나선 세계 청소년들의 연대모임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org)에 따르면 호주, 독일, 스페인 등 92개국 1200여 단체가 이날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와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은 지난해 8월, 스웨덴의 고등학생 그레타 툰베리(16)가 매주 금요일 스톡홀름의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툰베리는 지난해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연설에서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들 눈앞에서 미래를 훔치고 있다"라며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인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툰베리의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벨기에, 영국, 호주 등 270개의 도시에서 청소년 수만 명이 '기후 행진'에 나서도록 이끌어 낸 것이다.
미세먼지 등 자신의 삶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
행사 준비에 참여한 방태령(16·서울 당곡고1)양은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내 생일이 있는 10월은 가을의 계절인데 기후변화로 짧아진 가을이 잊히는 것 같아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가 일상이 된 지금의 상황 역시 우리가 기후변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기후행동에 대한 또래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에너지정의행동 등 27개 환경단체 등이 지원한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선임 활동가는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우리의 마지막 봄'(It was our last spring)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환경 문제가 과학자나 정치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의 구호는 '기후 악당 국가 탈출'이다. 지난 2016년 영국 기후행동 추적(CAT)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며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한국을 '세계 4대 기후 악당'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도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서 100점 만점에 28.53점, 조사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행사의 주축이 된 청소년 기후 소송단은 김소영 성대골마을 대표의 에너지 자립 특별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기후변화 대책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 위해 결성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중 실제 소송을 제기한다는 목표로 올해 모의법정 개최 등 준비 작업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