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낮 1시 10분]
"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합니다."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해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 정씨는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수사기관의 청구 내용을 일체 다투지 않고 법원에서 내려지는 판단에 겸허히 따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씨는 오전 10시 30분에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약 1시간 앞두고 법원에 나타났다. 차에서 내려 두 손을 모은 채 법원 안으로 들어온 그는 취재진 앞에 서서 입장문이 적힌 흰 종이를 꺼내 "정말 죄송하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 여성, 근거 없이 구설에 올라 2차 피해를 입은 여성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말했다. 입장문을 읽는 내내 정씨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수사기관의 청구 내용을 일체 다투지 않고 법원에서 내려지는 판단에 겸허히 따르겠습니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은 피해자 여성분들, 사실과 다르게 아무런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입으신 여성분들, 지금까지 저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앞으로도 수사과정에 성실히 응하고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평생 반성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입장문을 읽어 내려간 정씨는 "정말 죄송하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은 뒤 깊이 머리를 숙였다. 이후 취재진이 "동의를 받고 촬영한 건가"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정씨는 "죄송하다"고만 하며 법정으로 향했다.
정씨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 등 지인들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에 불법 촬영 동영상과 사진을 여러 차례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피해자만 10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정씨를 입건한 경찰은 14일 그를 소환해 21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17일에도 정씨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경찰은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청구했다. 21일 정씨의 영장실질심사는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정씨는 이날 낮 12시 15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포승줄에 묶인 채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온 정씨는 "법원에서도 모든 혐의를 인정했나", "2016년 증거를 인멸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당시 변호사도 오늘 입건됐다, 할 말 없나", "(유착 의혹이 있는 경찰) 윤아무개 총경과 아는 사이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정씨는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머물 예정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구속된 상태에서, 발부하지 않으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정씨 외에 3명도 영장심사
이날 구속 기로에 선 '버닝썬 사태' 관련자들은 정씨뿐만이 아니다. 정씨와 함께 불법 동영상을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씨의 영장실질심사(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같은 시간에 진행된다.
또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상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장아무개 버닝썬 이사도 같은 시간 영장실질심사(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받는다. 장씨는 지난해 11월 버닝썬 보안요원들과 김상교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가 오히려 자신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폭로하며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됐다(관련 기사 :
"2분 실랑이가 20분 행패로..." 경찰은 그날 '버닝썬' 편이었다).
다른 클럽인 아레나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며 손님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공동상해)를 받고 있는 윤아무개씨도 같은 시간 영장실질심사(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받는다. 윤씨 사건은 2017년 10월 벌어졌지만 그동안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버닝썬 사태 이후 강남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그제야 재수사에 들어갔고 2주 만에 윤씨를 입건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늦은 오후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버닝썬에서 마약을 투약·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는 이문호 버닝썬 대표는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나 청구가 기각됐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신종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현재까지 증거 자료 수집 및 혐의 소명 정도, 관련자들의 신병 확보 및 접촉 차단 여부, 수사에 임하는 피의자(이 대표)의 태도, 마약류 관련 범죄 전력, 유흥업소와의 경찰 유착 의혹 사건과의 관련성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