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과 외환보유고 최대치는) 다 전 정부에서 이뤄진 일인데, 현 정부 치적인 것처럼 포장해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
"우리 경제의 여러 가지 과제, 이전 정부에서 누적된 것도 있을 것 아닙니까. 그거 죄다 부정하고 온통 '니들 탓이다'라고 하는 것도 무리 아닙니까" - 이낙연 국무총리
'국민을 호도한다'는 격한 비판이 나오자 낮은 자세를 취하던 이낙연 총리가 차분하게 받아쳤다. "국민들 다 죽는다"며 거듭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 의원에게 이 총리는 "의원님은 국가경제정책을 오래 다뤄본 분 중 한 분"이라며 말하기도 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이날 일곱 번째 순서로 질의에 나선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김천시, 초선)이 이낙연 국무총리를 불렀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송 의원은 경제 관련 다양한 통계 분석 자료를 본회의장 대화면에 띄우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책을 지적했다.
일자리 지표 악화 등에 대해 이 총리는 "대단히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송 의원은 외환보유고와 국가 신용등급이 양호한 것을 현 정부의 성과로 꼽은 이 총리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그는 외환보유고가 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고, 국가 신용등급도 이전 정부부터 현행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어 "현 정부의 치적인 것처럼 포장해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방금 말씀주신 여러 가지 우리 경제의 과제, 이전 정부에서 누적된 것도 있을 것 아닙니까, 그거 죄다 부정하고 온통 '니들 탓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다소 무리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송 의원은 "이전 정부에서 잘못이 있기 때문에, 정권을 바꿨다"라며 '과거 정부'의 실책을 인정했다.
"죄다 '니들 탓'이라고 모는 것도 무리"... 송언석 "이전 정부 잘못 있어"
이낙연 총리가 "노력하고 있고, 조금 더 기다려 달라"라고 하자 송 의원은 "국민들은 힘들다가 아니라 끝났다, 다 죽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총리가 송 의원의 경력을 언급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 총리는 "의원님이야 말로 300명 의원 가운데 국가경제정책을 오래 다뤄본 분 중 한 분"이라며 "경제 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제안 또는 과거 정책 반성, 이런 것을 균형 있게 갖고 계시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다소 격한 비판 발언에 물러서지 않았지만, 이 총리는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대한 지적에 낮은 자세를 취했다. 외환보유고와 국가신용도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온 탓이기도 하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충북 충주시, 재선)이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하면서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소득 양극화가 커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이 총리는 "근로자간 임금 격차가 완화되고 저임금 노동자가 줄었지만,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을 드렸고, 그로 인해 그런 일자리마저 잃는 분이 계신 것 잘 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시을, 재선)이 "서민 경기가 여전히 차가운 원인"을 묻자 이 총리는 "양극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배경은 고용위축 고령화 진전이 깔려 있다"라고 답했다.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를 괴롭히는 가장 큰 사안인데 어떤 대책이 있는가"라는 이 의원 질문에 이 총리는 "기존 대책만도 설명 드리기 시간이 부족한데, 하나라도 성과 늘려가는 정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서울 중구성동구을, 초선)이 "(문송합니다란 말이) '문재인을 뽑아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변했는데 총리께서 책임 통감하는가"라고 질문하자 야당 쪽 의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총리는 "깊게 인식하고 있다"라면서 자세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