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에 사형선고를 내릴 자는 한유총이 아니라 우리 양육자다."
28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아래 한유총)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청문회를 앞두고 학부모들의 찬반 기자회견이 나란히 열렸다.
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정치하는엄마들,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전교조 등 10여 개 학부모·교육·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 설립 취소를 촉구했다.
"한유총 소리 들을 때마다 유치원 학부모들 가슴 쓸어내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한유총이란 세 글자를 들을 때마다 대한민국 유치원 학부모와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라면서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사립유치원 의존도가 높은 점을 악용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툭하면 아이들을 볼모로 학사 파행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 악행들을 더는 용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유총이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끔찍한 일을 더는 되풀이하지 못하게 한유총에 대해 법적, 국민적 심판을 해서 반드시 우리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라면서, 서울시교육청에 한유총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서둘러 확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도 "한유총을 배제하고 좀더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립유치원 단체와 적극적으로 대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한유총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집단 휴원과 폐원을 거리낌 없이 해 정부와 정치권도 휩쓸려왔고 한유총을 옹호한 자유한국당으로 인해 유치원 3법은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한유총은 사단법인격을 상실하더라도 그동안 저질렀던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끝까지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없는 한유총이 유치원 단체의 대표성을 다시 획득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라면서 "유아교육에 사형선고를 내릴 자는 교육 신뢰를 저버린 한유총이 아니라 우리 양육자"라고 일갈했다.
나명주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아이들 볼모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소수 사립유치원이 문제"라면서 "유아교육에 공적 기여하는 다수의 사립유치원이 한유총이란 이름으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을 막고 학부모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이 이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립중학교 교사인 김현석 전교조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현재 서울지역 초중고 1300여 개 학교에서는 '에듀파인'을 쓰면서 학교장이 어디 가서 어떤 돈을 쓰는지 다 공개하고 교사들도 교육 활동에 돈을 쓸 때 반드시 학교 카드를 써야 한다"라면서 "에듀파인이 부정부패를 막고 사립유치원의 공개적인 예산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한유총은 예전처럼 돈을 마음대로 못 쓴다는 걸 알고 반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장에게 이번 한유총 청문회에 대한 학부모 의견서를 전달했다.
한유총 새 이사장 "집단행동 금지"... 한유총 옹호 단체는 또 '색깔론'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2시 교육청 내 보건진흥원에서 한유총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청문회에는 이덕선 전 이사장에 이어 새로 선출된 김동렬 이사장이 참석했다.
앞서 김동렬 신임 이사장은 지난 26일 당선 소감에서 "향후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학부모들의 걱정과 심려를 끼치는 집단행동은 금지하겠다"라면서 "학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오직 유아교육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한유총을 옹호하는 학부모단체 기자회견에선 어김없이 '색깔론'이 등장했다. 그동안 한유총 활동에 동조해온 보수단체 전국학부모연합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립 죽여 좌파 빨대? 국공립 좌파 온상!'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사립유치원 등 사립학교 공공성, 투명성 강화가 "사유재산을 뺏는 술책"이고 "획일적인 교육이자 사회주의적 퇴행"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