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소득세법이 개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전체회의에서 목사, 스님, 신부 등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 범위를 2018년 1월 이후 재직분에 대한 퇴직금으로만 제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종교인 소득세법이 시행된 2018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퇴직금이나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2018년 1월 이후 근무기간 1년에 전체 근무기간(10년)을 나눈 비율을 곱하게 돼 10년 근무 기준으로 보면 일반인들 퇴직금 세율의 1/10만 내면 된다. 이는 종교인에 대한 특혜에 해당한다.
그 이전에 퇴직한 이들의 경우 이미 퇴직소득세를 냈다면, 초과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퇴직소득에 대해 전혀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특혜를 입는 이들이 대형교회 목사 등 비록 소수라고 해도, 이는 조세 형평성의 문제뿐 아니라 거액의 불로소득을 합법적으로 취하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해당 법안에는 정성호 기재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김정우·강병원·유승희·윤후덕, 한국당 김광림·권성동·이종구·추경호, 민주평화당 유성엽 등 의원 10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종교인 과세' 가 종교 탄압?
종교인 소득세법 개악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이 적은 퇴직금을 받는(혹은 퇴직금 한 푼도 없이 퇴직하는) 종교인이나 적법하게 세금을 내는 종교인들까지도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는 부도덕한 종교인들과 동일하게 도매급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에 더해 종교인 과세 후퇴는 헌법상의 조세평등원칙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불필요한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분열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폐해도 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줄곧 반대해온 이들은 보수 기독교와 대형교회이며, 그들의 견해를 대변해온 '한기총' 같은 보수기독교단체다. 그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는 '세금 납부'를 반대하면서, 이를 종교적인 탄압이라고 왜곡된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는 반공이데올로기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현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태극기 부대 집회에 성조기와 이스라엘기와 십자가를 들고 참여하는 극단적인 보수기독교인들 역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좌파정권의 종교인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판단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속해있는 교회 목사에 대한 맹목적인 신봉에서 기인한 면이 있다.
거리로 교인들을 내몰며, 그것을 신앙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1970~80년대의 민주화나 통일운동을 했던 진보적인 이들과 반대편에 있던 무리들이다. 둘 다 '신앙적인 행위'를 강조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주주의 가면을 쓴 유신독재와 폭력을 기반으로 세워진 정권에 대해서 항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일과 진실에 눈 감고 국정농단 세력을 끝없이 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총선 앞두고 특정 종교세력 표 의식하나
그렇다면 '종교인 특혜'라고 할 수도 있는 종교인 소득세법 '개악'을 하는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총선을 앞두고 특정 종교세력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한다. 이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단순히 종교계의 반발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그 '종교계'라는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도 종교인 소득세 납부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본인이 속한 교단(한국기독교장로회)의 경우도 그 방향을 지지하고 있다. 반발하는 종교계라는 것은 결국 위에서 언급한 '보수 대형교회와 보수기독교 단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이런 시도를 통해서 '표'를 끌어모을 수 있을까? 만일, 국회가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는 소득세법을 통과시킨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보수 대형교회와 보수 기독교단체와 종교인들과 그들에게 적극 구애했던 '한국당'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것은 최근 황교안 대표의 행보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보수 기독교단체들 역시도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권력을 갈망하고 있고,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번 종교인 특혜 소득세법을 개악하는 데 힘을 실어주면서 보수 기독교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표의 결집, 아마도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것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변함없는 지지층의 결집, 무슨 짓을 해도 변함없이 지지해 주는 30%만 바라보고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안위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몇 %만 끌어들이면 집권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러니 수준 떨어지는 막가파식의 정치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는 소득세법이 통과된다면 최대수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당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도 다수 참여해 이 법을 통과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런 시도들에 대해 종교인 과세를 요구해온 '종교투명성센터'는 3월 29일 성명을 내고 "총선을 앞두고 종교계의 요구에 또다시 헌법상 평등권과 조세평등원칙이 무력화되려 하고 있다"며 "국회는 종교인 특혜 소득세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우려와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종교인의 과세가 중요한 이유
종교인이 납세의 의무를 지킴으로써 국가로부터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종교인 과세는 중요하다. 종교인이 세금을 내면 4대 보험뿐 아니라 주택 전세자금 대출 등 일반 국민이 받는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최저생계비를 가까스로 넘기는 정도의 사례비를 받는 종교인들이 더 많다. 그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과세조차도 버거워한다. 반면 대형교회 목사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사례비와 퇴직금을 받고 있다. 잘못은 그들이 하지만, 부끄러움은 늘 다른 이의 몫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무런 특혜를 원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이런저런 세금감면 정책으로 특혜를 주는 척하면서 표 구걸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잘해서 표를 얻을 생각을 하는 것이 훨씬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