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총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이석을 불허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청와대는 "그것이 위기관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5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미 위기관리센터는 어제 저녁부터 대기 상태였고, 현장 직원들도 대기 상태였다"라며 "다만 정의용 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등이 모두 국회 운영위에 가 있던 상황이긴 했다"라고 말했다.
고 부대변인은 "전날 저녁 9시 44분에 (화재대응) 3단계가 발령이 됐는데 그 즈음에 정의용 실장을 보내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을 먼저 보내 긴급회의를 주재했다"라며 "그 이후에 정의용 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순서로 (위기관리센터에) 도착했다"라고 전했다.
'정의용 실장의 이석을 요청했지만 야당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화재 대처가 제대로 안 된 부분이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고 부대변인은 "현장에서 얼마만큼의 소방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어떻게 진화작업이 돼야 하는지는 위에서 지시를 내려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미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중심으로 현황 파악과 당장 대응해야 할 부분들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해명 "저희로서는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전날(4일) 밤 10시 40분께 홍영표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은 "강원도 고성 산불이 심각한 것 같다, (정의용 실장은) 위기대응 총책임자라 (이석을 허용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더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안 된다'고 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홍영표 위원장은 "지금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해야 하는 책임자를 국회가 이석을 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라며 정의용 실장의 이석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심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이지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안보실장은 부득이하게 (야당 의원들이) 한번 질문할 때까지 계시고 관련된 비서관들은 모두 가도 좋다고 했다"라며 "마치 생방송에서 저희가 뭔가 (화재 대응을) 방해하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의용 실장은 이날 강효상·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뒤 4일 밤 10시 38분께 국회를 떠나 밤 11시께 위기관리센터에 도착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나 원내대표는 다음날(5일)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감스러운 게 그 당시 산불 심각성을 말하고 이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저희로서는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라고 해명했다.
식목일 행사 참석 취소 문 대통령 "산골짜기 주민들 대피 꼼꼼하게"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예정돼 있던 식목일 기념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전날(4일) 밤 11시 15분 '대통령 긴급지시'를 내렸고, 다음날(5일) 오전 0시 20분에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고 부대변인은 "오늘 현안점검회의에서는 오전 8시 현재 기준 인명피해와 진화작업 현황 등을 총점검했고, 오전 11시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를 다시 방문해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과의 화상통화를 통해 현장상황을 보고받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산불 현장 방문 여부와 관련, 고 부대변인은 "진화 작업이 먼저이고, 인명피해가 얼마큼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모두 파악한 이후 (방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산골짜기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특히 잔불이 없는지 특별히 신경쓰라"라며 "주민안전은 물론이고 진화 인력이 피해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