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일) 당대표를 지금 그만둔다? 그럼 누가 할 거예요? 저는 민주주의하고 역사만 보고 가지, 욕심 없습니다. 제가 지금 여기서 당대표 한다고 그게 제 경력에 뭐 그리 큰 영광이라고 이걸 쥐고 있겠습니까. 그러나 당 체제를 뒤바꾸려 하는, 손학규 끌어내리려는 의도가 뭔지는 저도 여러분도 잘 압니다."
8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 최고위원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손 대표는 "자유한국당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거기 가서 다시 통합해야 한다고 하는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분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를 하자는 거다, 그런데 지금 기다렸다는 듯이 지지율 떨어지니 대표를 바꾸자? 어림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 나오는 '지도부 사퇴' 주장에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주로 바른정당 출신들이 모두 불참했다. 회의는 손학규 당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채이배 의원·오신환 사무총장만이 참석한 채 진행됐다. 지난 5일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자(이준석)", "지도부가 책임져라, 손 대표가 결단하라(권은희)"라며 지도부의 사퇴를 주장했던 이들이 한꺼번에 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이들 불참이 의도적이라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손 대표는 "잘 모르겠다, 하 최고위원은 왔다가 갔고 이준석 최고위원은 장모상에 갔다고 한다"며 애써 내홍을 잠재우려는 듯 답변했다. 그러나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본인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책임은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 손 대표님은 '버티면 길이 있다'지만 그건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이다, 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손학규 체제에 있다"며 재차 사퇴를 촉구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당 지도부 거취를 두고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바른정당계와 '지도부 중심으로 뭉쳐야 산다'는 국민의당계로 나뉜 상태다. 손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 "벽창호"라는 등 비난으로 '당원권 정지 1년'을 받은 이언주 의원 징계를 놓고도 양쪽으로 갈렸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은 같은 날 오전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탈당할지 말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면서도 "바른미래당으로 내년에 출마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스트트랙 관련해 반대 서명한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은 일단 당내투쟁을 해서 주도권을 회복한 뒤 '당 대 당 통합'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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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의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손 대표는 기자 질문을 끊고 "이언주 얘기하지 마시라, 아무런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라고만 답했다. 그는 또 "이준석 최고위원이 (조기) 전당대회를 말하고 일부는 '당대표 재신임 투표' 얘기도 하지만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제3의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며 "정치를 제대로 보는 사람들에겐 보인다, (이 의원처럼) '바른미래당 달고 국회의원 되겠나' 이런 조바심을 버리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당 지도부 사퇴설을 제기하는 일각의 인사들에 대해 인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는 '당 지도부를 흔드는 일부 인사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어떻게 하겠나, 한편으로는 설득하고 안 되는 건 기다리겠다"며 "몇몇 분들 얘기하자고 해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지 않느냐, 지금 여기서 꿋꿋하게 당을 지키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분당이나 탈당, 이런 얘기를 할 게 아니라 통합을 위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5일 중앙당 윤리위원회(송태호 윤리위원장)에서 의결한 이언주 의원의 징계 의결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는 윤리위원 9인 중 6인의 찬성으로 의결됐으며,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오는 2020년 4월 4일까지 1년 간 당원권이 정지됐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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