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VIP(문재인 대통령)은 (5일) 0시 20분에 회의에 참석했나. 술 취해 계셨나?"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대구 달서병)이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 본부장을 향해 한 질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발생했던 강원 고성·속초 대형산불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문재인 5시간' 의혹을 겨냥한 질문이었다.
'문재인 5시간'은 이미 보수 유튜버 <신의 한수>, <진성호 방송> 등에서 다뤘던 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4일 오후 7시경 '신문의 날' 기념축하연에 참석해 언론사 사주들과 술을 마시느라, 그 직후 발생했던 고성·속초 대형산불을 약 5시간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주요 내용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논란이 됐던 '박근혜 7시간'을 염두에 둔 의혹 제기로도 볼 수 있다.
보수 유튜버가 만든 가짜뉴스 활용.. "유독 문재인 정권 들어 산불 많아"
이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4일 '신문의 날' 기념축하연에 참석,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등과 샴페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긴 했으나, 이 행사 자체가 앞서 보수 유튜버 등이 주장했던 4일 오후 7시보다 20분 전인 오후 6시 40분경 종료됐다. 문 대통령도 같은 시간대 행사장을 떠났고, 언론사 사주 등 다른 내빈들도 비슷한 시간대 행사장을 떠난 것으로 <미디어오늘> 등에서 확인했다.
즉, "언론사 사주들과 술을 마시느라 산불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도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당시 청와대의 대응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4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중이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신해 먼저 위기관리센터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했다. 이후엔 정 안보실장이 밤 11시경 센터에 도착해 상황을 체크했고 밤 11시 15분경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고 부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5일 새벽 0시 20분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료를 보면 4일 밤 11시 11분부터 BH(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회의가 열린다, 5일 새벽 0시 56분까지 이어지는데 왜 회의에 처음부터 VIP가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일 밤 9시 44분에 대응 3단계를 발생했는데 그 전에는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 했는지 궁금하다"며 관련된 녹취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조 의원은 마치 정부 탓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도 던졌다. 그는 "유독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산불이 많이 났다. 2019년 4월까지 332건의 산불이 터졌다. 뭔가 나사가 빠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정문호 소방청장은 "저희가 관리하고 있는 통계로는 (산불이) 2018년 993건, 2017년 1467건, 2016년 1321건, 2015년 1736건 발생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무엇이 맞는지 제가 갖고 있는 자료와 비교해볼테니 자료를 제출하라"고 응수했다.
안상수 "박근혜 7시간 초 단위로 알리라고 난리 치던 사람들이..."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입장을 폈다.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은 "대통령께서 국민들 앞에 나온 것은 그 다음날(5일) 0시 20분이다. 화재 발생 5시간 후이고 소방대응 3단계 격상 2시간 30분 뒤"라며 "현 정부가 위기대응능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과거를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초 단위로 알리라고 난리를 치던 사람들이"라고도 덧붙였다.
같은 당 유민봉 의원(비례) 역시 위기관리센터 및 중앙상황실 회의 녹취록을 요구했다. 회의 녹취록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의 위기대응 상황을 짚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행정안전부 중앙상황실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서 보고가 있었다고 했다. 4일 밤 12시 이전엔 4번의 영상회의 겸 보고가 위기관리센터와 청와대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 이뤄졌던 회의의 녹취록을 제출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