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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 ⓒ 경기도
 
"분당차병원의 신생아 낙상 사고 은폐도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 한국환자단체연합 등이 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촉구하며 한 말이다. 분당차병원 신생아 낙상 사고 은폐 등 의료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사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전국 처음으로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에 수술실 CCTV 설치를 추진했다. 수술실 CCTV에 대한 환자의 호응이 높은 가운데 경기도는 내달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전체 병원으로 확대 운영한다.

의료사고 피해자들,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국회 앞서 100일째 1인 시위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들은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 왔다. 이날 100일째 1인 시위에 나선 사람은 고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였다.
  
 통제실 CCTV녹화장치
통제실 CCTV녹화장치 ⓒ 경기도
 
지난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권씨는 과다출혈로 49일간 뇌사상태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이 사건은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운동(일명 권대희법)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수술실 CCTV 장면을 확인한 유족에 따르면 당시 의사가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면서 권씨 수술 중 수술실을 나갔고, 수술실에는 간호조무사만 혼자 남겨져 지혈했다. 그런데 간호조무사는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눈썹 화장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나금씨는 기자회견에서 수술실 CCTV로 아들의 사망이 의료사고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환자의 안전과 예방을 위해서, 의료사고가 났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좋은 의사 나쁜 의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수술실에 CCTV는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술실 CCTV 운영방안 찬반
경기도 수술실 CCTV 운영방안 찬반 ⓒ 경기도
 
권씨 사건 이후에도 수술실 CCTV 설치 필요성이 제기된 사건들이 잇따랐다. 지난해 5월 부산에 있는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하다 환자가 뇌사에 빠졌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중랑구에서 최근 3년간 1,000명이 넘는 환자에게 무면허로 성형수술을 한 간호조무사와 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분당차병원에서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 중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이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사망 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요구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들도 모두 공범 관계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공개 토론... 정부엔 의료법 개정.국공립병원 확대 운영 건의

반면 의료계는 영상 유출로 인해 의사나 환자의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9월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CCTV 설치로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됨으로써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방해된다"며 "환자 개인과 간호사 등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그 비밀이 현저히 침해되고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수술실 CCTV 설치 방침을 정한 이재명 지사는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해 10월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공개토론을 벌이는 등 집요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 ⓒ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이후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성병원에서 처음으로 수술실 CCTV를 가동했다. 시범 운영이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이뤄진 1002건의 각종 수술 중 630건(63%)에 대해 환자가 CCTV 녹화를 동의하는 등 높은 호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다음 달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전체 병원(안성·수원·의정부·포천·파주·이천)에 수술실 CCTV를 확대 운영하기로 하고, CCTV 설치 및 보안솔루션 구축비로 84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경기도는 또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에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건의했다. 의료기관 6만7600개 중 18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국공립병원 수술실에 우선 설치하자는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

경기도는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수술실 CCTV를 확대하기 위해 경기연구원과 협의해 올 상반기 중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각계 의견을 듣는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여론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의료계의 반대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CCTV 운영관리지침 강화, 보안솔루션 구축 등 영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CCTV 화면 유출을 막기 위해 통제실에도 CCTV를 설치해서 조작 화면을 모두 근거로 남겨놓았고, 암호화 프로그램도 도입해서 나름 부작용을 최소화할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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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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