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강원도'를 여덟 번째 지역경제투어지로 정한 데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의미는 '위로'와 '평화'로 요약된다.
먼저 지난 4일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나 413세대 959명의 이재민이 생겨났고, 1757ha에 이르는 산림이 타버리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문 대통령은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이날 오전 산불 피해 이재민 거주시설을 찾았고, 산불 피해 복구현장도 둘러봤다.
또한 강원도는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등을 포함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가장 열망하는 지역이다. 문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의 DMZ박물관에서 '평화경제 강원 비전 전략보고회'를 열고 강원도의 평화경제 구현을 위한 방안 등을 보고받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보고회가 끝난 뒤 강원도 고성군의 'DMZ 평화의 길'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는 분단 이후 65년 동안 출입이 제한된 DMZ 공간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산불 이재민 만난 문 대통령 "용기 잃지 마시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4분께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임시로 살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수련원(강원도 속초시)을 방문해 "용기를 잃지 마시라"라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곳에는 현재 67세대 158명의 이재민이 살고 있다.
회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을 한 문 대통령은 이경일 고성군수로부터 산불 피해상황을 보고받은 뒤 "주거지를 떠나기 힘든 분들에게는 임시주택이 필요할텐데 국비가 좀더 지원돼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경일 군수는 "그러면 좀 더 잘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농사짓는 분들은 피해지역을 안 떠나려고 해서 임시주택을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산불이 해마다 일어나고 있는데 근본 대책은 마련되고 있나?"라고 물었고, 이 군수는 "바람 때문에 산불이 커지기 때문에 야간 진화할 수 있는 인력이나 장비가 구축되고, 일반인들이 산불을 끄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문진화 인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곳 6층에 살고 있는 이재민들을 만났다. 이주규씨는 LH에서 이재민들에게 지원해주는 전세자금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고 호소했고, 진계흔씨와 김순애 할머니 등은 빠른 주택 복구를 요청했다. 귀향했다가 산불 피해를 입은 한 이재민은 "신불이 연례행사처럼 고성, 양양 등에서 난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 없게끔 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엄기인씨는 "대통령이 두 번째 와서 격려해줘서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정부가 강원도, 고성군과 힘을 합쳐서 이재민들이 최대한 빨리 원래 삶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국민이 있어야 대통령도 있잖소, 뭘 하는 겨?"
이어 오전 11시 15분 문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산불 피해 복구현장도 찾았다. 강원도 산불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 5일 산불 현장을 방문한 이후 두 번째 현장 방문이다.
한 여성은 "남편이 해군 잠수함에서 35년 근무하다 돌아가시고 저 집 하나 남겨줬는데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없다, 살려 달라"라고 호소했다. 한 할아버지는 "국민이 있어야 대통령이 있잖소, 뭘 하는 겨?"라고 정부 지원 상황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빨리 복구돼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힘내시라"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복구될 때까지 임시주거시설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임시주택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나?"라고 이경일 군수에게 물었다. 이 군수는 "LH쪽에서 준비하는 물량뿐만 아니라 속초, 고성의 일반 아파트에도 들어가면 지원해주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조립주택은 생활근거지를 떠나기 힘든 분들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컨테이너를 보니까 두 식구는 몰라도 식구 서너 명만 돼도 살기가 힘들 것 같다"라고 지적하자 이 군수는 "식구가 많은 경우, 특히 부모를 모시고 사는 세대에는 원룸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두 동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산불 피해 복구 현장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문 대통령에게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집이 다 탔다, 도와달라"라고 호소했고, 문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지어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 계속 노력"
산불 피해 주민 주거시설과 복구 현장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낮 12시 강원도 고성의 한 횟집에서 기업인, 소상공인 등 강원지역 경제인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마침 내일 비무장지대 평화의 길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평화관광, 생태관광으로 만들 계획이다"라며 "그렇게 강원도 내에 새로운 평화관광상품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인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끝내고 '평화경제 강원 비전 전략보고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강원도의 희생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강원도민은 우리의 안보와 깨끗한 물, 공기를 위해 많은 규제를 견뎌왔고, 어려움 속에서도 '평화의 시대'를 묵묵히 준비해왔다"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평화의 시대'를 준비해온 증거로 1988년 전국 최초의 남북교류협력 전담도직 설립, 2014년부터 열린 국제유소년축구대회, 2018년 9월 남북교류협력조례 제정, 남북교류협력기금 조성,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 등을 열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강원도가 꿈꾸는 평화경제의 핵심축은 평화관광이다"라며 "감시초소가 철수된 비무장지대는 안보와 평화를 함께 체험하는 '평화의 길'을 열어갈 것이고, DMZ 국제평화음악제와 다큐영화제를 개최하고, 역사·생태·문화가 함께하는
평화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인들이 '한반도 평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지역,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라며 특히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땅길과 하늘길, 바닷길을 통해 평화경제시대가 열릴 것"
또한 문 대통령은 "동해북부선 남측 구간인 강릉~제진 간 철도를 조속히 연결하겠다"라며 "동해북부선은 강원도 발전의 대동맥이 되고, 한반도는 '철의 실크로드'를 통해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제2경춘국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민간항공사 '플라이 강원' 국제항공운송면허 취득, 크루즈를 통한 대륙과의 연결 등을 언급하면서 "강원도의 땅길과 하늘길, 바닷길을 통해 평화경제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경제라는 말을 강원도만큼 실감하는 곳이 없을 것이다"라며 "이미 강원도는 금강산관광으로 평화가 경제임을 체험했다"라고 강조했다.
강원도의 평화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방안으로 2030년까지 강원도에 5조9000억 원이 투자될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 확정(2월), 춘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접경지역의 생활 SOC 대폭 확충, 장병들의 평일 외출 허용 등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 강원 비전'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며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담대한 여정 속에서 강원도와 함께, 한반도 평화경제의 시대를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를 돕는 힘, 참고 견디며 멀리 내다보는 힘, 자연을 아끼고 평화를 사랑하는 힘, '강원도의 힘'이 새로운 한반도의 시작이 될 것이다"라며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자"라고 호소했다.
최문순 지사 "강원, 평화경제 중심지로 평화 경제 선도하겠다"
최문순 지사는 '평화경제, 강원 비전' 보고에서 강원도를 '한반도의 교통중심지, 물류·관광 등 평화경제의 중심지'로 조성해 남북평화경제를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지사는 특히 '평화관광 전략'으로는 원산갈마 해안관광특구 연결, 원산행 평화크루즈, 원산행 화물 페리선 등 북방항로 개척, 북측 갈마공항 연결 등을, 'DMZ관광 활성화' 전략으로는 군부대 출입 절차 간소화, 남북 간 평화의 제도를 위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이번에 발표된 강원도의 '평화경제 비전'은 그간 1998년부터 전국 최초로 남북교류협력 전담 조직을 만들면서 시작된 강원도의 평화를 향한 노력을 인정받고,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이후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지역의 평화비전을 첫 번째로 정부와 함께 대외적으로 선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물론 현재의 대북제재 상황이 유지되고 있지만, 평화경제를 통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갈 강원도의 평화경제 사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동시에 지역과 정부차원의 협력과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대북제재 해제 시 즉각적으로 평화협력과 경제협력 공동체 사업들이 추진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소원카드에 '평화가 경제다'고 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58분께부터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 진입로에 도착해 걷기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DMZ 평화의 길을 걸었다.
소원카드를 쓰는 곳에서는 한반도 모형 플라스틱판에 '평화가 경제다'라고 적어 한반도 지도 형태로 제작된 소원나무에 걸었고, '평화로 가는 길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쓴 솟대를 솟대봉에 씌웠다. 솟대 설치 행사에는 지난 2016년부터 그린피스 후원활동을 펼쳐온 영화배우 류준열씨가 함께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DMZ 평화의 길' 걷기 행사에는 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등반에 성공한 오은선 국립공원 홍보대사, 'DMZ 생태학교'로 지정된 거진초등학교 학생들, 방송인 왕심린씨(중국)와 일리아 벨라코프(러시아), 실향민·이산가족·참전용사와 그가족 등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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