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의 검역탐지견 동물실험 위반 의혹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등은 27일 실험중단과 함께 실험동물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이날 오후 12시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개복제 중단과 은퇴 탐지견 구조를 위한 국민 대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던 복제 탐지견 비글 '메이'의 죽음을 추모하며 여전히 동물 실험 의혹을 받고 있는 복제 탐지견 비글 '페브', '천왕이'에 대한 실험 중단과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2월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른 비글 '메이'는 2012년 서울대학교 이병천 교수팀의 손에서 탄생한 체세포 복제견이다. 탄생 직후인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천공항 검역센터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해 왔지만, 다시 이 교수팀에게 넘겨졌고 '원인 모를 급격한 체중 저하'로 숨을 거뒀다. 동물단체들은 이 교수팀의 '동물 학대와 실험'으로 인해 메이가 사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람을 위해 5년 간 일했는데 동물 실험으로 죽으라니"
정부윤 비글구조네트워크 실험동물분과 팀장은 "이병천 사태는 현재 국내 동물 실험 현실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총망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며 "사람을 위해 일했던 국가 사역견을 동물실험용으로 쓴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명예스러운 뉴스거리"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국내 동물보호법에 사역견은 동물실험에 이용될 수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사역견으로 동물 실험할 수 있었는지 과정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 제24조에 따르면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금지하고 있다.
실험동물법의 허점도 지적했다. 정 팀장은 "현재 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의 동물실험은 식약처가 주관하는 '실험동물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단체는) 실험동물법 개정을 꾸준히 요구 해왔으나 국회에서 3년째 계류 중"이라고 비판했다.
정 팀장은 "OECD 국가의 동물실험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대한민국만 유일하게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동물권의 요구를 수용하여 실질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울대에 공문 보냈으나 대답 없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는 지난 15일 KBS 보도이후 별도의 팀을 구성해 이병천 교수팀이 비윤리적 실험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동물 단체들은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맞아 이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5년이나 나라를 위해 일했던 '사역견'들에게 수고했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여생을 '동물 실험'이라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라고 할 수 있냐"며 "메이는 죽었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인 '페브', '천왕이'는 꼭 구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윤 팀장도 "페브와 천왕이는 현재 서울대학교 소속이기 때문에 이 둘을 강제로 데려올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청원이나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고 이관 요청을 하고 있다는 것. '서울대학교쪽에 직접 요청은 안 해보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팀장은 "19일 공문을 서울대 윤리위와 학장실에 공문을 보냈다"면서도 "아직 어느 쪽에서도 답변은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윤리위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데 대해 정 팀장은 "이미 서울대 윤리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인데 비공식으로 이뤄지는 조사라 신뢰할 수 없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