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과 함께 시작된 적폐 청산운동은 국회에 이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국회는 박근혜가 소속한 자유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탄핵 소추안에 찬성하고, 3월 10일 헌재는 8인위원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현직 대통령이 쫓겨나고 제19대 대통령선거가 2017년 5월 9일 실시되었다. 궐위에 의한 선거는 궐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하므로 이날 실시된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42만 3,800표를 얻어 2위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득표율 17.1%P, 표차 5,570,951표라는 대통령 직선제사상 최대 표차로 꺾고 당선되었다. 3위는 국민의당의 안철수, 4위는 바른정당의 유승민, 5위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였다.
문재인 당선자는 5월 10일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정권인수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 채, 당선 이튿날 곧바로 취임한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국무총리로 하는 내각을 구성하고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현직 대통령이 각종 비리와 적폐로 탄핵되고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 후임자가 취임할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도로서 정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의 진전이었다.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통합, 권위적 대통령문화 청산, 사드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정착, 고른 인재등용, 일자리 창출,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해결,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등을 다짐했다.
박근혜 정권 말기 한반도는 전쟁위기의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 갑작스레 이루어진 개성공단 철수,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중국과는 사드문제로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였다. 저성장 고실업률, 수출저조 등 경제문제도 심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정착에 발벗고 나섰다. 전쟁 일보 직전까지로 치닫던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모든 정책의 우선 과제였다. 남북 대결구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해빙의 기미를 보이면서, 2017년 6월 29~30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동년 11월 트럼프의 서울방문, 2018년 5월 문재인의 방미 정상회담, 동년 9월의 재방미, 2019년 4월 워싱턴 양국 정상회담 등 취임 2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요 의제는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몇 차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해결을 비롯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논의했다. 남북 분단 후 1차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2차는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에 이뤄지고, 3차는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열렸다.
문 - 김의 첫 번째 회담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두 번째는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리고, 세 번째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김대중 - 김정일, 노무현 - 김정일의 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데 비해 문재인 - 김정은의 1, 2차 회담은 판문점에서 열렸다. 특히 2차 회담은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기록을 세웠다.
두 차례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공동선언을 통해 천명했다. 3차 회담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실현되었다. 두 정상은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손을 맞잡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문제를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시민 15만 명이 운집한 연설에서 "핵무기 없고 핵 위협없는" 한반도 평화를 말하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평양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답방'이 논의되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은 비무장지대전방관측소(GP) 시범 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의 성과를 얻었다.
문 대통령의 중재노력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싱가포르와 하노이) 북ㆍ미정상회담이 열렸으나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조건이 엇갈리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하여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와 이중용도의 생산시설까지 폐기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북한은 사실상의 '백기투항'으로 인식하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적대국이던 두 나라의 정상이 연달아 회담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 전쟁위기가 크게 감소된 것은 사실이다. 남북, 북ㆍ미회담은 현재진행형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를 위해 남북,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안보불안해소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얻고 있으나, 국내문제의 해결에는 '산넘어 산'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집권한 만큼 국민의 기대치와 요구는 그만큼 증대했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남긴 각종 적폐에 대한 청산은 수구세력의 제동으로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다.
개헌과 정치개혁을 비롯하여 검찰ㆍ사법ㆍ국정원ㆍ재벌ㆍ관변단체ㆍ대형교회ㆍ족벌언론 등 군사독재 이래 강고한 세력을 구축하며 민주화와 개혁, 남북화해 협력을 훼방해온 기득세력은 어느 것 하나도 개혁되지 않고 있다. 족벌신문과 방송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정치권의 보수세력을 대변하면서 기득권을 공유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계도 적잖이 지적된다. 취임 초기 80% 수준의 지지율을 딛고 개혁을 서둘렀거나, 2017년 봄 지자체 선거에서 전국을 석권했을 때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또 청와대 비서진과 행정 각부 장관 등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않는 부적격자를 임명하여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수구세력의 거대한 장벽 앞에 촛불시위로 집약된 국정개혁이 이번에도 단행되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처럼 '개혁의 미완성' 이라는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 아직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어서 이후의 평가는 공란으로 비워둔다.
이 난은 현재와 미래의 평가를 위해 비워둡니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현대사 100년의 혈사와 통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