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심창섭은 문학적인 사유 및 정서를 기반으로 직관적인 사진 찍기를 한다. 작가는 호수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 춘천에 살고 있다. 춘천은 문학의 도시이기도하다.

그가 이번에 춘천미술관에서 선보이는 <그 내밀한 몸짓> 시리즈는 호수의 도시인 춘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수초(水草)를 표현대상으로 선택했는데, 작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의 문화적인 정서를 반영하듯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고 시(詩)적이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에 번뇌가 있을 때마다 호수를 찾았다고 한다. 또한 사진 찍기는 작가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예술로서의 사진의 또 다른 매력을 일깨워주는 지점이다.

사진은 주지하다시피 외형적으로는 회화와 닮았고 사진미학의 원초적인 뿌리는 회화이다. 하지만 사진은 사진가의 정서와 표현스타일에 따라서는 시나 에세이처럼 절제되고 함축적으로 주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비선형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보는 이들에게 예술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번에 수초를 표현대상으로 선택한 사진작업을 선보이는 사진가 심창섭의 작품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의 외관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는 다분히 문학적이다. 작가가 표현대상에 접근하는 태도나 표현방식도 함축적이고 작가의 정서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작가의 내밀한 심리를 상징하는 현현(顯現)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이 화학적으로 어우러져서 최종결과물이 생성된 것이다.
 
 33-5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3-5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작가는 수초를 조형적으로 재현했다. 대상에 접근하여 단순화시킨 결과물도 있고 넓은 시야로 대상을 바라보며 배경과의 어우러짐을 시도한 결과물도 있다. 작가는 대상을 스트레이트(straight)하게 재현했지만 직설적이기보다는 시인이나 수필가처럼 비유적인 수사법을 선택했다. 보는 이의 감각이나 미적인 주관에 따라서 다의적인 의미가 발생하도록 대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또한 작가가 카메라렌즈의 광학적인 특성을 효과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에 작업의 완성도를 성취 할 수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 렌즈의 화각을 효과적으로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 중에는 호수의 흐름이 느껴질 때 셔터를 누른 것도 있고, 물결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작가의 심리적인 상황에 따라서 셔터를 누르는 시점이나 표현대상이 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므로 작가의 작업에서 우리는 수시로 변모하는 작가의 내밀한 심적인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작업세계의 매력을 조우하게 된다. 최종결과물에 작가의 고유한 사유세계가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작가가 구성한 세련되고 미니멀리즘적인 화면과 철학적인 사유세계가 유효적절하게 어우러진 조형언어이다. 작가의 숙련된 카메라워크와 표현의도가 효과적으로 부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다.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사진은 기본적으로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만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사진가가 선택한 앵글 및 프레임 그리고 톤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으로 변주 할 수 있다. 작가도 자신의 미적인 주관 및 사유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사진적인 표현방식을 선택했다. 작품 한장 한장이 요란하고 화려한 수사법으로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의 표면이 절제되어있고 정서적인 기(氣)를 자아낸다. 감성적인 시처럼 다가온다.

'카메라camera'라는 기계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사진이 예술로서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미지가 자동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진가의 표현의지 및 세계관이 투사되어 보는 이에게 예술적 감흥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업도 이와 같은 미학적인 결과를 성취했다.

개념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며 보는 이의 감성에 호소한다. 또한 정서적으로 편안한 에너지를 자아낸다.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고요하고 차분히 미적인 쾌락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다. 작가가 발표하는 전시가 모더니즘적인사진의 매력을 환기시켜주는 지점이다. 또한 회화와의 차별화된 특성이 부각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39-60cm 수초, 그 내밀한 몸짓 ⓒ 심창섭
 
전통적인 모더니즘사진은 시각적으로 조형적이며 톤의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매혹한다. 또한 빛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화면의 전체적인 느낌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작가의 작업도 이와 같은 미학적인 맥락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그러므로 전시장에서 작업을 보는 이들은 정서적으로 빠져들면서 작가의 문학적인 사유세계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2019 5. 31~ 6. 6
전시장소: 춘천 예술마당 춘천미술관


#심창섭 사진전#수초 #춘천미술관#모더니즘사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