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져 있듯이 사진은 기본적으로 사실적이고 현실을 기반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그 결과 오랫동안 다큐멘터리 사진이 사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층위에서는 보는 이의 감성 및 감각에 호소하는 사진도 중요한 의미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상황을 재현했지만 언어나 문자로 표현하기에는 한계 지점이 존재하는 초월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데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매체가 사진이다.
사진은 외관이 사실적이지만 선형적인 매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진이 의미가 쉽게 다가오고 폭 넓게 소통되지는 않는다. 현실의 범주를 탈각한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표현 의도에 따라서는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 지점에서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사진의 매력이 발생한다.
5월 28일부터 6월 23일까지 갤러리 서이에서 개최하는 'Unfamiliar scene' 展은 이와 같은 표현 매체로서의 사진의 특성이 드러나는 작업으로 구성했다. 그중에는 작업의 외관이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상을 재현한 결과물도 있지만 그와는 다르게 추상적이거나 감각적인 외관이나 컬러로만 다가오는 작업도 있다. 또한 표현대상, 주제, 작업의 스타일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념적이다.
권도연은 초등학교여름방학 때 겪은 경험을 작업의 출발지점으로 선택했다. 또한 작가는 사진이라는 시각매체의 고유한 특성과 문자를 효과적으로 어우러지게 하여 자신의 미감 및 세계관을 표현했다. 작가의 작업에서는 유난히 제목이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사실적인 매체이지만 작가의 작업은 직설적이지 않고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다의多義적이다. 그래서 작가의 표현의도를 초월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문학적인 상상력, 시각적인 예민함 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최종 결과물이 생산됐다. 그 결과 보는 이의 사유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키는 작업으로 다가온다.
김도균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추상표현주의회화나 단색화를 연상시킨다. 사진적인 리얼리티reality와는 간극이 느껴지는 작업이다. 디지털테크놀로지와 동시대적인 미디어를 이용하여 색을 생성시켜 자신의 미감을 표현했다. 작가에게 있어서 사진은 전통적인 개념과는 다분히 간극이 느껴지는 표현수단일 뿐이다.
사진매체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작동한다. 새로운 매체와 디지털테크놀로지가 시각예술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동시대의 예술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표상表象이다.
김옥선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주목한 이국적인 나무를 감각적으로 재현했다. 전통적인 사진 찍기 방식이다. 하지만 결과물은 사실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현실공간을 이탈한 곳에서 존재하는 대상으로 느껴진다. 사진은 일반적으로 사실적이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촬영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사진가의 표현의지가 적극적으로 투영되므로 결코 현실의 거울은 아니다.
작가도 대상에서 자신이 느낀 감성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사진이미지를 생산했다. 그 결과 작가의 미적인 주관 및 감각이 작용하여 또 다르게 다가오는 결과물로 변주되었다. 결과물 자체가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가 어우러진 현현顯現의 다름 아니다.
정경자는 호텔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마주한 표현대상에 자신의 미감을 투사했다. 작가는 섬세하고 예민한 정서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보여주는 작업은 이와 같은 자신의 감각을 바탕으로 특별한 공간에서 매혹적인 소재를 깔끔하고 단순하게 재현한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 호텔이 그리 낯선 공간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공간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작가가 선택한 대상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다가온다. 특히 카메라렌즈를 거치면서 대상의 느낌이 부각되어 좀 더 낯설게 느껴진다. 현실에서 만난 대상과 공간이지만 현실의 층위를 탈각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또한 보는 이의 시각을 다층多層적으로 자극하는 최종결과물이다.
이처럼 <Unfamiliar scene> 展은 개념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 보는 이를 자극하고 낯설게 보이거나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작업으로 구성한 전시이다. 보편적인 미적대상을 재현하지 않은 결과물도 있고 감각적으로 보는 이를 자극하는 작업도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느낌을 자아내는 작업으로 구성했지만 매체의 특성과 개별 작가의 미감이 어우러져 현실의 범주를 탈각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지점에서 공통점이 발생한다. 그로인하여 보는 이의 지각을 또 다른 감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표현매체로서 사진의 고유한 매력을 환기시키는 전시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5월28일~6월23일
전시장소: 서이 갤러리 서울 종로구계동길 지번계동 50-1
02-762-4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