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로 가득 차라'는 뜻에서 '청FULL몰'로 이름 붙인 제천 청년몰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7일 오후 제천중앙시장 2층 청풀몰을 둘러보니 12개 청년몰 가게 중 문을 열고 영업하는 곳은 '엄마의 오븐' 과 '한굼' 등 6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가게가 아예 비어있거나 물건이 있어도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았다.
제천 청년몰 가게 22곳 중 8곳만 영업
'청풍맛길'이라 불리는 1층 청년몰 식당가로 가봐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년몰 식당으로 개업한 10곳 중 영업을 하는 곳은 손만두집과 돈가스집 등 2곳뿐이고 나머지 8곳은 문을 닫았다.
2층에는 앙금플라워와 답례떡을 파는 '달퐁케이크', 한방 굼벵이 등 친환경 건강식품을 파는 '한굼', 아동복이나 수제 헤어악세사리 등을 파는 'bebe rose', 드라이플라워 등을 파는 '꼬집', 커피와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는 '쉼표'를 포함해 원래 12개 점포가 영업하고 있었다. 1층에는 청년을 위한 식당가를 조성해 한때 10개 식당이 입점했으나 80%가 영업을 중단했다.
제천 청풀몰은 중소벤처기업부, 제천시, 제천중앙시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창업 지원사업으로 추진해 지난 2016년 문을 열었다. 제천시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 지원사업 대상 지자체로 선정돼 2016년말 25개 점포를 모집해 19개를 입점시킨 것이다.
이후 2017년말까지는 청년몰 1층 식당 10곳과 2층 옷가게 등 8곳이 영업을 했으나 지금은 모두 합해봐야 8곳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청풀몰을 떠난 청년 상인들 중 아주 드물게 이곳 경험을 살려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 영업을 하는 사례도 있으나 극소수일 뿐이고 대부분 청년들은 실패하고 떠났다.
다른 지역에 살면서 제천에 놀러 왔다 우연히 청년상인 모집에 응해 식당을 열었던 ㄱ아무개 씨는 "청년몰 사업을 한다면서 가게만 열어 주고 제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실패하고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겉치레만 그럴듯하게 해주고 내부시설 등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부실공사로 수도관이 터져 두 달 동안 영업을 못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소통과 협력도 여의치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커녕 불화만 키우다가 결국 문을 닫고 떠난 사례도 많다. ㄱ 씨는 "원래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시장 특산품인 빨간 오뎅을 팔아달라는 것을 거절했더니 식당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등 텃세를 부려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기존 시장상인과 불화… 사후지원 부족
반대로 전통시장에서 오래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든 청년몰에 관한 생각과 기대가 다르다. 이곳 중앙시장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ㅈ아무개(70) 씨는 "청년몰이 성공하려면 이곳 특산물을 팔아야 한다"면서 "옛날에 사람이 많이 몰리던 먹자골목 같은 것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몰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면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 생각해 상가번영회에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번영회는 "먹자골목 같은 방식은 옛날 이야기"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1층 청년몰 식당가에서 짜장면처럼 익숙한 음식을 낮은 가격에 내놓거나 튀긴 오뎅처럼 약간 독특한 메뉴를 가미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라며 "시장에 오는 손님들 특성을 제대로 모르고 젊은 감각만으로 식당 운영을 하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곳 중앙시장에 많이 오는 고객은 대개 고령층이라 그들 기호에 맞는 메뉴를 내놓아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자기들 취향을 중심으로 식당을 운영하니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진주중앙시장 청년몰도 실패하고 새로 시도
이곳뿐만이 아니다. 경남 진주시 진양호 진주중앙시장에도 청년몰이 들어섰으나 처음 것은 실패하고 최근 그 옆에 새로운 청년몰이 문을 열었다. 진주시는 2017년 4월 중앙시장 안에 '청춘다락'이란 청년몰을 열고 14개 점포를 열었으나 다 실패하고 청년몰 자체를 문닫았다. 진주시는 지난 2월 실패한 몰 맞은 편에 '청년 비단길'이란 이름의 청년몰을 다시 개설하고 11개 가게를 열었다.
처음에 실패한 청년몰과 마찬가지로 새로 문을 연 청년몰도 대부분 음식점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시장 1층에도 분식이나 꿀빵 등 먹거리를 파는 식품점이나 식당들이 있다. 1층 상인들은 "위층 청년몰은 중식과 일식 가정식 등 우리 식당과는 메뉴가 달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ㄷ아무개(61) 씨는 "구도심인 이곳은 옛날에는 장사가 잘 됐지만 지금은 기업도 공단도 다 빠져나가 유동인구가 줄었고, 청년들은 혁신도시로 다 나가 손님이 얼마나 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진주시청 관계자도 "청년몰을 개설하면서 주고객층으로 설정한 청년 인구가 인근 지역에 많지 않아 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충주시 청춘대로 청년몰은 '성패 전망' 엇갈려
충북 충주시 관아골시장의 청춘대로 청년몰은 다른 지역 청년몰이 시장 건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시장 안에 있는 시 소유 단독 건물 3층 전체를 통째로 사용한다. 청춘대로의 청년 점포들은 네일샵, 미용실과 그림그리기 체험샵 등이 입점해 있다. 충주시는 최근 기존 청년몰 옆에 건물 한 채를 더 내 최근 수제맥주집 등 음식점 위주로 청년창업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추가한 건물까지 합쳐 청춘대로 점포는 20개로 이중 17곳이 영업중이거나 곧 개장할 예정이다.
청춘대로에 입점한 지 1년이 넘은 ㅎ아무개씨는 "예약제로 운영하는 업종이 많은 몰이라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는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매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말이 다르다. 이곳 관아골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ㅇ아무개씨는 "백종원 씨가 '임대료 2억이 넘는 건물에 들어갈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한 말을 잘 새겨봐야 한다"며 "옷가게를 열어도 전통시장으로 젊은이들이 오겠느냐, 젊은이들이 몰리는 거리로 가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청년몰을 만들어 손님이 다 빠져 나간 전통시장을 살리기는 힘들다"며 "일요일인데도 지금 손님이 없어 시장통이 한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형 유통마켓 증가와 각종 편의점 등 유통현대화로 재래시장 상권 자체가 죽어 사람이 오지 않는데 그곳에 청년몰을 만든다고 전통시장이 활성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상인들의 지적이다.
중기부 지원 청년점포 274곳 중 113곳 폐업
전통시장 내 청년몰 개설사업은 2016년 중소기업벤처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정 구역 내에 20개 점포를 확보할 수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행해온 정책이다.
당시 중소기업벤처부는 한 해 동안 17개 전통시장에 청년몰을 조성하고 20개 전통시장에 창업지원을 하는 등 전국에 200개 점포를 개설하기로 하고 127억5천만 원을 지원했다. 중기부는 이어 2017년에 142억 원, 2018년에 229억 원 등 최근 3년간 499억 원을 청년몰 지원에 투입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작년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2016년 청년몰 사업대상으로 선정해 지원한 청년상인 점포 274곳 가운데 41.2%인 113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업 점포 113개 가운데 85%인 96곳이 지원사업 종료 후 6개월 안에 문을 닫았고, 나머지 17곳도 사업 종료 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중소벤처기업부가 작년말 '청년몰 사업 지원자' 314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미달돼 지난 3월 다시 모집공고를 냈는데도 지원자 수가 200명을 겨우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전통시장내 청년몰 운영사업이 표류하는 등 청년 관련 정책들이 지지부진한데도 이를 다시 점검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청년취업난이 해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