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진주시 방화.살해 사건 등으로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의 문제점이 제기된 가운데, 경기도(도지사 이재명)가 9일 정신응급 대응체계를 개편,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신질환자 치료 지원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내놨다.
특히 경기도는 만성적자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경기도립정신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개편해 24시간 정신질환자 진료 및 관리 체계를 갖춘 '새로운 공공 응급정신병원'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이날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기도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초기 진단비, 외래치료명령 및 응급입원비 지원 등을 통해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시군 및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철저한 치료.관리 및 신속한 응급상황대처가 가능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류영철 보건복지국장은 "정신질환자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중증정신질환자의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신질환자의 응급대응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립정신병원 기능 전면 개편... 24시간 치료체계 구축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중증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10만8000여 명 중 미치료 정신질환자는 약 57%인 6만여 명에 달한다. 또한 자.타해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는 외래치료명령제, 응급입원이 가능하지만, 치료비 부담 문제 등으로 시행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외래치료명령은 10건에 불과했다. 따라서 중증정신질환자의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관리 사각지대의 해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가 발표한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 방안'은 크게 5개 부분으로 나뉜다. ▲경기도립정신병원의 기능 전면 개편 ▲첫 발병, 미치료 또는 치료 중단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강화 ▲정신질환자 응급대응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민간-공공 연대방안 논의 ▲지역사회 정신보건 전달체계의 보강 노력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기도립정신병원이 오는 8월 '새로운 공공 응급정신병원'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지난 1982년 설립된 (구)경기도립정신병원은 과거의 수용 중심의 치료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공공병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정신질환자 응급의료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과 역할을 대폭 개편했다. 우선 노후화되고 시설 법적 기준이 다소 미비했던 기존의 건물을 떠나 바로 옆에 있는 (구)서울시립정신병원 건물을 임대해 새롭게 개원한다.
경기도립정신병원은 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이 위탁 운영한다. 정신질환자의 신체질환 진료를 위한 내과가 신설되고, 정신과 전문의 3명, 내과 전문의 1명 등 총 4명의 전문의가 배치된다.
이와 함께 주간 운영체계에서 24시간 상시 운영체계로 전환된다. 단순한 정신질환자의 입원 및 치료 기능에서 벗어나 자해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시도하거나 신체적 위급상황 등에 대응하는 '응급개입' 등의 공공기능도 함께 담당한다는 구상이다.
류영철 국장은 "민간정신의료기관이 꺼리는 행정입원, 응급입원 수용 등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공공병원의 책무를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도립정신병원 모델과 공공정신건강서비스 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립정신병원 발전자문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초기진단비 및 응급입원비 지원, PPM 통해 치료 사각지대 해소
경기도는 또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지난 3월 수립한 '중증정신질환자 치료지원 계획'에 따라 정신질환 의심환자에 대한 초기진단비와 자해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는 중증정신질환자에게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치료 및 입원에 따른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내 약 10개 정신의료기관에 전문인력을 배치해 퇴원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돕는 '민관 공공협력 모델(PPM. Private-Public Mix)'을 구축, 정신질환자의 치료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경기도는 도내 31개 시‧군, 경찰, 소방 등과 협업 체계를 갖추고, 정신질환자에 의한 민원발생과 응급 사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진주 방화.살해 사건과 같은 사례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 치안, 보건, 복지 관계자들이 정신질환 치료체계와 통합적인 대책 마련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경기도 중증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세미나' 등 민간과 공공이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지속해서 마련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 안전 등 관련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경기도 정신보건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방안은 정신응급체계 개편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및 응급대처 등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해 나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