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느 모임에서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고 말해 국민 분노를 산 적이 있다. 그 때 여성모욕 발언으로 곤욕을 치러 충분히 공부가 됐으리라 생각했는데..."
15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주최 '나경원 원내대표 망언 규탄 및 사퇴촉구' 집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향한 나 원내대표의 혐오 발언에 분노한 민주당 여성 당원 300여 명이 국회 본청 계단을 꽉 채웠다.
이 자리에 선 김상희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장(3선, 경기 부천소사)은 나 원내대표의 11년 전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을 끄집어냈다.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 시절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경남 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한 말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당시 논란이 일자 "시중의 우스개 소리를 전했을 뿐 여 교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해 또 다른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 전 정치관계법이 대폭 개편 돼 여성 비례대표가 50% 할당 됐을 때 입성했다.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고 정치 문화를 바꾸라는 명령을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 배반, 여성 배반의 정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여 당원 "그 욕 내게 한 것이냐 묻고싶다"
당 전국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초선, 수원을)은 혐오 발언 이후 나 원내대표의 수습 방식을 꼬집었다. '달창' 발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며 '문노스의 장갑'이라는 표현으로 다시 논란에 오른 사실도 언급했다. 인기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의 악역 타노스가 장착한 무기를 빗댄 말이다.
백 의원은 "그 말도 말이지만, 그 이후의 뻔뻔함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서 "더 나아가 일베사이트에 나오는 (문노스의 장갑) 망언까지 내뱉었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을 비판하며 보수 야당의 최초 원내대표가 됐으면 품격을 갖추길 바란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일갈했다. 백 의원의 발언에 당원들은 "나경원 아웃" "저질 망언 나경원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나 원내대표의 혐오 발언이 나온 대구 지역의 당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정종숙 대구시당 여성위원장은 "대구를 엉망진창을 만들었다. 대구가 아무리 자기네들 정치 텃밭이라도 이렇게 똥물을 뒤집어씌우고 오물을 쏟아도 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OUT'이 적힌 팻말 머리띠와 '누가 창녀?'라는 손팻말을 만들어 현장을 찾은 당원 박현아씨(49)는 나 원내대표에게 "그 욕을 내게 한 것이냐고 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박씨는 집회 직후 기자와 만나 "(팻말을) 퇴근하고 돌아와 직접 만들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해 팻말로 만든 것"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 비하 사진을 실은) 교학사에 대한 소송처럼, 할 수 있다면 소송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이같은 비판에 "이미 입장을 충분히 말했다"고 일축했다(
관련 기사 : 계속되는 '달창' 논란에 나경원 "내 입장 충분히 이야기했다").
일부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를 비호하며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박대출 의원(재선, 경남 진주갑)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행 국회를 정상화하려면 야당 존중이 먼저다"라면서 "야당에게 막말 공세하기 전에 자성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정유섭 의원(초선, 인천 부평갑)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난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보지만 나 원내대표가 잘못된 표현이라고 사과했다"면서 "지들은 우리보고 도둑놈들이니 토착왜구니 독재후예니 해놓고 사과한 적 있나"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