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을 위해 대승적으로 결단을 내렸고, 경기도지사의 버스요금 인상 발표에 따른 노사 간 추가 교섭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경기자동차노조)이 15일 오전 0시께 파업 유보를 발표하면서 낸 입장이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조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경기도 15개 버스업체 노사가 협상 기일을 연장하면서 우려했던 버스 대란은 일단 피하게 됐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는 9월께부터 일반 시내버스 요금을 현행 1250원에서 1450원으로, 직행 좌석버스 요금을 2400원에서 2800원으로 각각 200원과 4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기자동차노조가 환영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날 협상 타결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도는 버스요금을 인상하면서 정부 측으로부터 광역버스 국가사무 전환 및 준공영제 시행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는 향후 운수 종사자 인력충원과 노동조건 개선, 도민들의 교통비 부담 경감 등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 등 특단의 조치 불가피한 상황"
경기도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운수 종사자 부족 등의 문제는 주로 경기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67.7%가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기도 부족 운수 종사자는 3,240~5,669명 수준에 달하고, 신규 운전자 충원에 드는 재원은 연간 1,945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반면 버스 업계는 지난해 883억 원의 운송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지난해 1,196명을 충원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력충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역시 버스 관련 예산을 매년 3,400억 원가량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으로 추가 소요 재원을 충당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러나 인력충원이 미흡할 경우, 7월부터 약 22.8% 운행감축이 불가피하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2020년부터는 30%대 운행감축이 발생해 심각한 도민 교통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가 버스요금 인상을 결정한 이유도 인력충원 및 운전자 임금 보전에 소요되는 재원의 일부를 충당함으로써 운행감축을 최소화하고, 추가적인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초 경기도는 국토교통부의 지속적인 요금인상 요청에 대해 "요금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요금제로 편입된 수도권 3개 지자체의 동시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요금제의 특성상 경기도만 단독으로 요금을 인상할 경우, 운송수입금 증대분의 23%가 서울시로 이전돼 경기도 요금인상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또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정부의 국고지원 등 책임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해서 건의했다.
결국 경기도와 정부의 지속적인 협의 끝에 지난 14일 당·정 협의에서 최종적인 합의점이 도출됐다. 주요 합의 내용은 경기도가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고, 정부는 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전환하여 준공영제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또한, 서울시는 전이되는 운송 수입금 증대분을 경기도에 반환, 경기도 요금인상 수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경기도, 광역버스 국가사무 전환으로 교통복지 확대 토대 마련
광역버스는 장거리 운행의 특성상 운송 경영수지가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경기도는 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전환함으로써 그에 대한 경기도의 재정 부담 완화와 교통비 부담 경감 등 교통복지 확대의 토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자체별 입장이 달라 광역버스 정책의 합의 도출이 어려웠으나, 국가사무 전환으로 추진력 있는 광역교통 정책 구현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큰 성과다. 경기도는 그동안 서울시가 광역버스의 진입장벽을 막아서 경기도민들이 앉아서 서울로 오가는 버스환경 마련, 서울 진입 노선 추가 등에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나 광역버스의 국가사무 전환으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경기도의 경우, 시·군별 재정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에 따라 광역버스 노선 등의 정책 수준도 천차만별이었다. 따라서 광역버스 국가사무 전환을 통해 균일한 교통복지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경기도는 이번 버스요금 인상이 향후 노사 간 임금협상에 일정 부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요금인상 시 약 2,000억 원의 재원이 마련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금 투입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다.
특히 정부가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할 경우 경기도 예산을 최대 연 945억 원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렇게 절감된 예산을 도민에게 환원,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고, 요금인상에 상응하는 서비스 개선대책으로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경기연구원의 요금인상 검증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만큼 도의회 의견수렴, 공청회 등 행정절차를 신속히 거쳐 운수 종사자 인력충원 등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경기도는 요금인상 검증용역 추진 과정에서 도의원, 31개 시·군 관계 공무원, 버스업체, 노조 측 대표,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아울러 경기도는 정부의 광역버스 국가사무 전환 및 준공영제 시행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경기도,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