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재의 길을 막아서기 위해서 야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권을 '신독재'로 규정하며 정부‧여당을 향해 날 선 말들을 토해냈다. 전날인 20일 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과 함께 '호프회동'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지 반나절만이다. 일각에서는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한국당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신독재" "관권선거" 목소리 높인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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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신독재의 길 막아서기 위해 최선 다하겠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하며 "신독재의 4가지 단계가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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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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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하며 "신독재의 4가지 단계가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 위기 시 카리스마를 내세워 집권 ▲ 적들만 찾아내기 ▲ 언론‧사법 등 권력기관 장악 ▲ 선거기관을 바꾸는 것 등 4가지 단계를 설명한 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2년 내내 '기승전적폐청산'을 외쳤다"라며 "언론과 사법기관 등 국가기관의 장악은 도를 넘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 이 정권이 1‧2‧3 단계를 거쳤고, 4단계로 지난번 패스트트랙을 통해서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이라면서 "4단계가 되면 독재의 완성"이라고 주장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왜 추경을 서두르고 국가 채무의 기준선을 넘어서서 적극재정을 펼치려 하는가"라며 "그 뒤에는 내년 총선 준비가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내년 선거가 대통령이 선거대책본부장이 된 관권 선거가 될까봐 걱정이다"라며 "국가 채무의 건전성을 위해 선심성 추경예산안은 버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간 선거제도 개혁안과 공수처 신설안‧검경수사권 분리 등을 두고 "여야 합의처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합의 정신이 반영되지 않은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는 우리 당을 배제하고 신속처리하기로 했다, 동료의원을 고발처리하겠다고 협박했다"라며 "(현재의) 위원장 리더십으로는 여야가 같이 합의할 수 있는 선거법‧공수처법 처리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정개특위‧사개특위 기능 폐지 문제도 같이 검토해달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양석 수석의 정개특위‧사개특위 폐지 주장에 대해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되려면, 기존의 특위 틀에서는 활발하게 논의되기 어렵지 않나"라고 정 수석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의 확실한 의사표시 있어야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회의 후 기자들과 나눈 말들의 행간을 보면, 이날 회의에서 쏟아진 강한 발언들은 결국 민주당의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전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에 나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지만 "백브리핑할 게 없다", "민주당은 특별한 메시지 없었나?", "오늘 민주당의 메시지는 뭔가?"라고 오히려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앞서 오신환 원내대표는 여당의 선 사과 후 한국당의 복귀를 중재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오 원내대표가 회동 후 "국회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 나 원내대표는 "적어도 민주당의 유감 표시가 있어야 하고, 유감 표시와 함께 패스트트랙 태워진 법안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라며 "결국 지금 국회를 열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확실한 의사표명이 있어야 한다"라고 민주당에 공을 돌렸다.
그는 현재 올라간 법안들이 민생이 아닌 "국회 밥그릇" 관련된 내용이라고 주장하며 "그런 쪽에 '올인'하는 여당과는, 우리가 같이 국회를 이끌어가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적어도 국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여당이라면,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국회 파행이 한 달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