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
※ 지난 20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낸 논평에 대한 첨삭뉴스입니다. 검은색 활자가 논평이며, 빨간색 활자가 첨삭입니다. - 기자 말
민주당은 차라리 '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 [민경욱 대변인 논평]
동성애 축제에 민주당 깃발이 휘날릴 예정이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서울퀴어퍼레이드 참여단 주최 및 주관으로 공식 SNS에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할 민주당 당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게시글에는 민주당의 상설위원회와 공동 행진을 협의 중이라고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이 축제는 과도한 노출과 노골적인 행동, 선정적인 문구들로 논란이 되어 온 행사이다.
ㄴ[☞ 첨삭] 퀴어문화축제를 '비난'하는 이들이 '축제 반대' 이유로 자주 꼽는 것이죠. 그들은 노출이 많은 옷차림의 참가자 사진을 크게 인쇄해 축제날 피켓으로 들고 다니며 반대집회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꼴입니다. 축제에 노출이 있는 의상이 등장한 이유는 보지 않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에서 노출이 축제 금지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2014년 6월 9일 비슷한 논란이 일자 서울퀴어문화축제 측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한국 거주 성 소수자들이 1년에 한 번, 밖으로 나아가 '성 소수자인 자신을 긍정하는 행사' 입니다. 다수의 이성애자의 눈요깃거리나 인정을 받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 '성 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행사입니다.
여기서 의복은 사회의 틀이나 약속, 혹은 관념을 상징합니다. 또한 노출이란 그 틀에 대한 거부와 저항, 대항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퀴어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노출은 성 소수자에 억압적인 사회의 틀을 저항하는, 퍼포먼스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퀴어문화축제 내 등장하는 노출 퍼포먼스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노출'의 의미를 생각하기보다 현상 그대로를 바라보고 '문란', '노출증 환자'로 연결짓는 것이 안타깝고, 유감입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민주당은 뒷짐 지고 관망 중이다. 당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인 만큼 금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당의 이름을 걸고 하겠다는데도 내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 문제는 단순한 찬반 문제를 넘어 법조계, 종교계, 의학계 등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ㄴ[☞ 첨삭] 동성애에 대해 의학계 등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맞는 이야기일까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 있습니다. 일명 아이다호(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 IDAHOT) 데이입니다. 1990년 5월 17일 세계 보건 기구(WHO)가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것을 기념하여 제정됐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이 논평을 발표하기 3일 전이 바로 아이다호 데이였죠. 미국정신의학회는 이보다 앞선 1973년에 이미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DSM-3)'에서 동성애를 삭제했습니다. 동성애는 '치료하거나 교정해야 할' 질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나라' 미국에서도 2015년 6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동성 결혼이 합법화(법제화) 됐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이를 두고 "미국의 승리"라며 "미국은 이번 결정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미국의 최연소 시장이자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지난 4월 2020년 미국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으니 미래엔 '동성애자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겠네요.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미국, 호주 등 각국 대사관들 부스와 구글과 같은 세계적 기업의 부스가 서울 광장에 차려집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올해에도 무지개 빛깔 현수막을 건물에 내걸었습니다.
때문에 국민의 눈치를 보고 표를 의식해야 하는 '박쥐' 정치인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못하고 늘 애매모호하게 대처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동성애에 대해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바로 이틀 후 "군 내 동성애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0년 문재인 후보 팬카페에 올라온 문 후보의 '백문백답'에서는 '동성혼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오락가락 대통령을 배출한 당답게 이번에도 민주당은 '박쥐당' 행세를 하며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모양새다.
ㄴ [☞ 첨삭] '반동성애' 발언을 반복해왔던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받을 만한 모습들이 존재합니다. 지난 대선 때 성소수자 인권 관련 질문에 대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나중에' 답변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의 '동성혼 합법화 반대' 발언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죠.
하지만 소수자 인권을 계속 옹호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해온 경우와 비교하면 어느쪽이 더 나쁠까요? 민주당 일부 의원과 한국당에게 2017년 4월 25일 2차 대선 TV 토론회 당시 '최고의 1분'으로 불렸던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후보의 말을 다시 전합니다.
"저는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성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입니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사회자 : 시간 다 됐습니다.) 1분 더 쓰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차별금지법, 또 계속 차별금지법 공약으로 냈는데 그것을 후퇴한 문재인 후보께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반대하는 국민의 환심도 얻고 싶고, 찬성하는 국민의 지지도 얻고 싶다면 차라리 정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
아니면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퀴어당'으로 커밍아웃 하라. 그것이 국민에게는 더 이롭다. 찬성과 반대를 저울질하는 회색분자나 기회주의자는 결국 국가를 망치고 국민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ㄴ[☞ 첨삭] 지난 2015년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다문화, 이주노동자 등 진보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이슈들을 선점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이자스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이주민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죠.
이런 분위기 속에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은 그해 <중앙일보> 기고를 통해 "다음 혹은 다다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동성애자를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밀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동성애 이슈도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였죠. 하지만 일련의 말들을 보니 이런 예측 내지는 기대는 요원한 일인 것 같습니다.
논평 말미,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퀴어당'이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라는 오명보다 낫지 않을까요? 더불어퀴어당이 어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