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대미협상을 맡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각각 강제노역형과 처형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청와대는 "섣부른 판단이나 언급은 적절치 않다"라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았다.
김영철-강제노역, 김혁철-처형, 김성혜·신혜영-정치수용소?
<조선일보>는 31일자에서 한 북한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에서 해임된 뒤 자강도에서 '혁명화 조치(강제노역과 사상교육)' 중이고, 김혁철 특별대표는 지난 3월 외무성 간부 3명과 함께 조사받은 뒤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북한 소식통은 김혁철 특별대표와 함께 대미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 '1호 통역관'도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도 '김영철 사단의 몰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미협상에 깊숙이 개입했던 김성혜 실장이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가했다가 귀국한 직후 억류돼 취조를 받았고, 얼마 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월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부위원장, 김성혜 실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최근 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추방됐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대미·대남 외교를 총괄해온 김영철도 통전부장에서 해임돼 허울뿐인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밀려나 미래를 알 수 없게 됐다"라며 "북-미 협상에 뛰어든 통전부 라인의 '김영철 사단'이 모두 전멸한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통일전선부와 외무성의 뒤바뀐 권력관계
최근 국가정보원도 북한의 대미·대남업무를 총괄하던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됐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는 대미협상의 중심축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해석됐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일전선부의 업무는 대미관계에서 손을 떼고 대남관계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선희 외무성 부장이 최근 1부상으로 승진하고,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에 선임되는 등 북한 외교의 실세로 부상한 것이나, 리용호 외무상이 국무위원회 위원직을 유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것도 통일전선부와 외무성의 뒤바뀐 권력관계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동아일보> 기사를 쓴 김일성종합대 출신 주성하 기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에도 제가 쓴 정보가 들어갔나 보군요, 저도 정보를 받고 한 20일 동안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안썼음 물먹을 뻔했네요"라며 숙청설의 사실성에 무게를 뒀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주 기자의 페이스북에 "정확한 근거도 없이 이런 가짜뉴스를 보내는 거 책임질 수 있나?"라고 따지는 댓글을 올리자 주 기자는 "무슨 근거로 감히 '이런 가짜뉴스'라 단정하나? (숙청설이) 진짜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청와대 "어느만큼 확인된 사안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
하지만 이러한 보도에 청와대는 아주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저희도 관련된 모든 동향을 살펴보지만 그 기사가 어느만큼 확인된 사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섣부른 판단이나 언급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