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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5월 2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극심한 식량 위기를 겪는 북한에 유엔기구를 통해 100만 달러(약11억9천만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 서울시 제공 | 관련사진보기 |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공개된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악연을 언급하며 그를 맹렬히 성토했다.
1989년 6월 30일 임수경씨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아래 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여했다가 같은 해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황 대표는 임씨의 판문점 귀환 직후부터 이 사건을 맡아 12월 18일 검거된 임종석 전대협 의장(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수사까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실장에 대해 징역 5년형을 확정 판결했다.
유 이사장이 "황 대표가 1980년대 내내 초임검사 시절부터 주로 공안 쪽에 있었는데, 임종석 전 실장의 임수경 방북 사건 주임검사였다고 막 자랑을 하더라"고 하자 박 시장은 "저는 주임변호사였다. 법정에서도 그렇게 봤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그런 사건에서도 볼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에 대한 책도 두 사람이 각각 썼다. 저쪽은 보안법을 어떻게 잘 적용할까 해설서를 썼고 저는 보안법 폐지론을 썼고. 그러니까 사실은 서로 정반대의 길을 걸은 것 같다"고 회고했다. 박 시장은 "공안검사는 크게 보면 독재정권의 하수인·손발이었는데, 그때의 공안검사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 보고 좌파독재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가는 시츄에이션이냐"고 질타했다.
이런 말도 오갔다.
박 시장: 인터넷에 보니까 저 보고 '스나이퍼 박'이라고 제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나 앞에 얼쩡거리는 사람들은 다 가더라고요.
유 이사장: 그런데 최근에 황교안 대표가 광화문광장에서 많이 왔다 갔다 하셨잖아요?
박 시장: (웃으며)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박 시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신에게 언성을 높인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훗날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으로 감옥에 간 일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스나이퍼 박'이라는 별명을 끄집어냈다.
박 시장은 "야당 대표이니 함께 정치를 해가야 되는데 그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니까 본인의 그런 과거를 들추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여당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박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와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안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발언들을 해왔다.
박 시장은 이날 방송에서 "북한 인구의 40%인 1000만 넘는 인구가 지금 식량 때문에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고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들의 영양이 굉장히 어려운 단계"라며 "서울시가 100만 달러, 약 12억 원을 유엔식량계획(WFP)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800만 달러 규모로 추진하는 대북지원 사업에 서울시도 100만 달러 정도를 얹어서 힘을 싣겠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지난달 14일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을 면담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유 이사장은 박 시장의 결정에 대해 "이거 하게 되면 또 황 대표가 몹시 화를 내시지 않을까? 대통령도 그러더니 이제 서울시장까지 (북한 김정은의) 대변인질이냐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박 시장은 "이명박 시장 시절에 17억 원, 그 다음 오세훈 시장이 33억을 북한에 인도적으로 지원한 전례가 있다. 이것 가지고 한국당이 우리를 비난할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제로페이에 대해서는 "5개월 만에 1일 사용량이 2억 정도는 됐다. 연말 정도 되면 (서울의) 1일 사용량이 100억 정도는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업에 주력하는 국내 금융기관들을 나무라는 말도 했다.
"우리나라 진짜 금융기관이 해외진출은 안 해요. 국내에서 너무나 땅 짚고 헤엄치기죠. 산탄테르라는 스페인 금융회사는 세계에 막 진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은행 중에서 해외 진출한 게 어디 있습니까? 겨우 아시아권에서 한국인들 동포들 상대로만 장사하는 거죠. 저는 이거 확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28일 녹화돼 4일 만에 공개된 팟캐스트는 잠재적인 여권 대선주자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완강히 부정하는 유 이사장이 박 시장을 초청해 서울시의 정책 현안들을 설명할 기회를 주는 분위기였다.
박 시장이 "(정치인으로서) 저는 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하자 유 이사장은 "이런 분이 정치 행정을 하셔야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유 이사장은 "박 시장이 처음 출마한 2011년이 제가 국민참여당을 할 때였는데 이상하게 참여당 당원들이 박 시장을 좋아하더라"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호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