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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신문 히렉(Hirek)은 "생일날 선박사고 현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라는 6월 1일자 기사에서 총리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난했다. 기사는 "그래. 뒷배경으로 다뉴브강이 있다"라고 대문자로 강조하기도 했다.
헝가리 신문 히렉(Hirek)은 "생일날 선박사고 현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라는 6월 1일자 기사에서 총리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난했다. 기사는 "그래. 뒷배경으로 다뉴브강이 있다"라고 대문자로 강조하기도 했다. ⓒ hirek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또 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과 관련된 스캔들이다.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이틀 뒤인 지난 5월 31일(현지시각) 저녁 부다페스트 부다성 부근 불꽃놀이에 대해 헝가리 현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오르반 총리의 56번째 생일 날이었다. 또 5천만 유로(한화 664억)를 쏟아부어 개조한 그의 새로운 관저 카르멜리트 수도원은 불꽃놀이가 있었던 부다성에 포함돼 있다.

관저 인근 불꽃놀이 논란에 경찰 "총리 연관성 없다" 부인
 
 "성에서는 불꽃놀이, 헬리콥터는 지상에, 희생자를 품은 다뉴브강"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매체 프로펠러(Propeller) 6월 1일자 기사.
"성에서는 불꽃놀이, 헬리콥터는 지상에, 희생자를 품은 다뉴브강"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매체 프로펠러(Propeller) 6월 1일자 기사. ⓒ Propeller

 많은 시민들은 수요일 허블레아니 침몰로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슬픔에 잠기고 애도하는 도중에 있었던 금요일 밤 불꽃놀이는 아주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시민이 '미친 행동'이라며 격분했다.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비판 여론은 현지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현지 온라인 매체 프로펠러(Propeller)는 "성에서는 불꽃놀이, 헬리콥터는 지상에, 희생자를 품은 다뉴브강"이라는 제목의 6월 1일자 기사에서 이러한 '불꽃놀이 생일잔치' 의혹을 보도했다. 기사는 "수상의 관저근처인 다뉴브 강에는 유람선 사고로 희생된 한국 관광객들이 있다"며 "반면, 구조 헬리콥터는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착륙해 있다"고 비꼬았다.

반면 또 다른 현지 매체인 인덱스 (Index)는 "(일반인들이) 불법으로 불꽃놀이를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같이 여론이 들끓자 부다페스트 경찰국(BRFK)이 의혹을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헝가리 온라인 매체 '24'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경찰국은 "금요일 밤 10시전에 도나티 거리에 불꽃놀이가 있었고, 근처에서 나머지 잔존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일반적으로 헝가리에서는 한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밤에만 합법적으로 불꽃놀이가 허용된다. 때문에 5월 31일 있었던 불꽃놀이는 불법이다.

다뉴브강 배경 사진 올렸다가... 국민들 '발끈'

여기에다 오르반 총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사진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오르반 총리의 생일이던 5월 31일, 다뉴브강을 배경으로 손녀와 함께 찍은 사진이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헝가리의 또 다른 온라인 매체 히렉(Hirek)은 "생일날 선박사고 현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라는 6월 1일자 기사에서 총리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난했다. 기사는 "그래. 뒷배경으로 다뉴브강이 있다"라고 대문자로 강조하기도 했다. 또 "거기엔 희생자의 유해가 있고, 현재 전문가와 군인 및 다국적 잠수사들이 수요일의 참사로부터 유해를 찾고 선체를 인양하려 무지 애쓰고 있는 구역이다"며 날카롭게 쏘아부쳤다.

부다페스트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의 진위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역으로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한 그들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부다페스트 시민 피터(34)씨는 "만약 이것(총리의 불꽃놀이)이 사실이라면, 그는 헝가리 국민과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다"라고 못박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좌파, 안 만나"... 돌출행동 '악명'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 European People's Party

 경찰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데는 오르반 총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돌출행동으로 악명 높기 때문이다.

40대의 사회학자인 발라쉬씨도 "총리가 불꽃놀이를 했을지는 의문이다"면서도 "그러나 배려심 없기로 악명 높은 그가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그는 난민들에게 며칠씩이나 물과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을 만큼 몰인정한 사람"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그는 "이 정부는 (가난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전쟁을 하고 있다. 노숙을 불법화하고 모든 사회복지 혜택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발라쉬씨는 "공식통계에 의하면, 9백만의 인구를 가진 헝가리는 지난 십년간 약 6십만명이 이 나라를 떠나 이민을 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백만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젊은이들은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광적인 축구팬인 오르반 총리는 이번 생일 다음 날에는 스페인으로 가 축구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반 총리는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프라하에서 열리고 있던 각국 정상회의 도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 또 자신의 여름 별장이 있는 인구 2천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4천명 좌석 규모의 축구경기장을 지어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여기에는 무려 2천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됐다.

그는 또 난민을 막기 위해 헝가리와 세르비아의 국경에 철조망 벽(razor-wire)을 설치했고, 현재는 크로아티아 국경 구간에서도 공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란체스코 교황을 '좌파'로 일축하며 만남을 거부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1998년 첫 수상 직에 오른 오르반 총리는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연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선거에서 가족의 엄청난 부정부패 스캔들로 인기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대표로 있는 우익 피데스당(Fidesz)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과반수(52%)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헝가리유람선침몰#빅토르 오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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