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제연극제의 상표권 갈등이 결국 법정으로 번진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부당계약 즉각 파기'와 거창군수의 공개사과 등을 촉구했다.
거창군과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 아래 진흥회)는 2018년 12월 24일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태 동안 쪼개져 치러졌던 연극제를 거창군이 하나로 통합해 열기 위한 차원이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민간에서 시작한 행사로, 극단 '입체'가 1989년 10월에 연 '시월연극제'가 시초였다. 연극제는 1994년 '거창전국연극제', 1995년 '거창국제연극제'로 바뀌었다.
이 연극제는 1998년(제10회)부터 거창군의 지원을 받아 장소를 수승대로 옮겨 여름 축제로 거듭났고, 이후 거창국제연극제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유망축제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창국제연극제의 보조금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고, 2008년 감사원은 "보조금 집행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집행 불투명성을 계속 제기되었고, 거창군과 진흥회 사이에 불신이 컸다.
거창군은 2016년 거창문화재단을 설립해 2017년 여름 거창국제연극제와 별도로 '거창한여름연극제'를 열었다. 진흥회는 2017년 거창군과 문화재단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등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은 상표권이 자치단체가 아닌 민간단체인 진흥회에 있다고 했던 것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구인모 거창군수가 '연극제 정상화'를 내걸었다. 거창군과 진흥회가 상표권을 두고 협상을 벌여 왔지만, 타결이 되지 않았고 급기야 법적 소송이 진행되었다.
최근 진흥회가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입과 관련해 거창군에 18억 7000만원의 감정평가 산술평균금액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낸 것이다. 진흥회는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상표권 관련 부당계약을 즉각 파기하라"
함께하는거창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오전 거창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관련 부당계약을 즉각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거창군은 6만여 주민의 뜻에 반하는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에 관한 부당계약을 원천무효화하고, 계약의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했다.
거창군과 진흥회가 맺은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는 "소송에 휘말리는 시점에 이를 때까지도 문제의 계약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 계약이 얼마나 많은 불법과 논란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고 했다.
이들은 "개인 및 단체와의 계약에 있어 거창군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군민 여론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독선적인 행정을 강행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논란의 계약서 내용에는 연극제 발전에 대한 진흥회 및 집행위 측의 기여도를 금액으로 환산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며 "거창국제연극제에 대한 신뢰성 높은 객관적 지표자료가 없는 현실에서 어떤 자료를 토대로 무슨 기준에 의해 감정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해약 조항과 관련해, 이들은 "문제의 계약서상에는 양측의 감정가에 대한 상한액 설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거창군으로서는 매우 무책임한 조항이다"고 했다.
"거창군민은 눈을 뜨고도 혈세를 도둑맞게 생긴 것"이라고 한 이들은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계약의 담당 공무원 및 결재권자는 향후 일어날 수 있는 금전적, 행정적 손해를 조장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함께하는거창 등 단체들은 "거창국제연극제는 그동안 보조금 정산의 불투명성 등으로 수많은 의혹을 야기했고, 거창군의 예술계에 오명을 씌웠으며,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의 흑역사를 썼다"며 "오늘의 이 시점에서 과연 거창국제연극제에 예전만큼의 가치가 남아있는지도 의문이다"고 했다.
이들은 "상표권 관련 계약을 합의 파기하라", "거창군은 상표권 관련 계약 책임자를 파면하라", "거창군수는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참가 단체 대표들은 거창군수 비서실을 찾아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족미술인총연합회거창지부, 우리문화연구회, 거창문학회, 언론소비자주권행동서부경남지부거창지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거창지회, 사람사는세상거창지회, 거창YMCA, 푸른산내들, 전국농민회총연맹거창군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거창군여성농민회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