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재판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았다.
단순히 군소정당 소속 의원 1명의 의원직이 걸린 문제여서가 아니었다. 1심 유죄, 2심 무죄라는 호기심의 차원도 아니었다. 정ㆍ검ㆍ언ㆍ재의 4대 권력이 개입된 보기 드문 사건인 데다, 국회 면책 특권의 범위가 얽히고, 진보 정당인 정의당 리더의 명운이 달린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4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받은 지 1년 6개월이 지난 2011년 5월 13일, 대법원(2부, 주심 양창수 대법관)은 예상과는 달리 노회찬에 대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 사건을 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네 가지 항목의 기소 건에 대해서 세 가지는 모두 무죄를 확정하고, 한 가지 즉 X파일 보도 자료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님으로 유죄라는 딱지를 붙여 하급심으로 돌려보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
X파일을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 부수행위이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었다. 2심에서 간신히 회복되었던 사법정의가 다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 "도청내용 공개로 재계와 검찰의 유착관계를 고발해 수사를 구하려는 공익적 효과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 부분 달성된 상태였다"며, 이를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원심을 파기한 이유를 밝혔다.
노회찬은 대법원의 판결에 분개했다.
"정의가 쉽게 이긴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갈 길이 멀지만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심경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회를 밝혔다. 회견문의 뒷부분이다.
과연 법원이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저는 대한민국 법원이 생각하는 정의와 대한민국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이렇게 큰 차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 땅에 정의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사건은 부분 파기되어 다시 항소재판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저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우리나라 법원에 받아들여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다.
그래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비상한 공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국회의원들이 특검법을 도입할 뿐만 아니라 그 명단이 들어가 있는 안기부 X파일 테이프까지 다 공개해야 된다는 법안까지 제출했던 그 문제의식을 우리 법원이 받아들이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오늘의 대법원 판결에 좌절하지 말고 함께 용기를 갖고 싸워 나가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주석 1)
대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각 매체를 통해 비판을 쏟아내는 등 가만있지 않았다. 그중 몇 대목을 골랐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노회찬 전 의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많고, 그 경우(내년) 총선 출마가 어려워질 것… 좋은 정치인 하나 죽이는 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용원 변호사는 "대법원은 검사들이 떡값을 받았더라도 그것을 공개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판결문의 논리는 정말 황당무계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박노자 교수는 "저로 하여금 혼자서 몇 분간 폭소케 만든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의 기소 사유였다. 도대체 재벌의 장학생이 된 법조인에게 훼손이라도 될만한 '명예'가 있는가, 이런 '명예'에 대한 '훼손'을 국민의 혈세를 먹여가면서 심각하게 논의하는 법원이라는 곳은 도대체 뭘 하는 곳인가, 주로 그런 생각이었다."
성공회대학 김동춘 교수는 "검사가 기업과 유착한 사건은 증거가 나와도 공익적 사안이 아니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등 온갖 논리를 동원하여 면죄부를 주고 정부ㆍ대기업ㆍ검찰ㆍ사법부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고발한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보복하듯이 처벌하는 모습을 우리는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없이 목격하였다. 바로 '적'과 '나'의 원리, 즉 한쪽은 우리 편이기 때문에 무죄이고 다른 쪽은 적이기 때문에 유죄라는 원리에 따라 수사ㆍ판결하는 것이 아닌가?" (주석 2)
주석
5> 앞의 책, 138쪽.
6> 앞의 책, 139~14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