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 검역탐지견 '메이'가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회적 파장이 일었고 이는 동물실험의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찾아서 소비한다. 그러나 동물실험이 여전히 행해지는 제품이 있다. 바로 '담배'다.
한국에서는 흡연에 관한 동물실험이 이슈가 된 적이 없으나 세계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쟁점이었다. 1975년 매리 비쓰(Mary Beith)는 우연한 기회에 영국의 매클즈필드 연구소에서 실험에 사용되고 있는 비글들을 보게 되었다. 비글들은 입에 마스크가 씌워진 채 담배 연기를 흡입했고, 하루에 30개비 상당의 담배 연기를 마셨다. 그는 이 사진을 찍어 언론에 공개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덜 해로운 담배를 위해, 해로운 연기 마시는 동물들
담배 제조 회사들은 '덜 해로운 담배'를 만들려고 해로운 물질을 동물들에게 강제로 주입한다. 유럽의 동물보호단체 ESDAW에 따르면 담배에 관련한 최초의 동물실험이 1911년이었으니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물실험은 반복됐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담배의 발암성 실험 결과를 요약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의 2004년 논문을 참고해 보면 동물실험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동물들이 담배 연기를 직접 흡입하게 해 폐 등을 관찰하거나, 담배 연기 응축액을 피부에 발라 피부에 나는 종양을 관찰하는 것이다.
특히 연기 흡입의 경우, 담배 연기를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 동물들에게 강제로 연기를 마시게 하려고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쥐를 가둔 작은 통에 담배 연기를 주입하기도 하고, 강아지나 원숭이의 목에 구멍을 뚫어 연기를 주입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오리건 국립영장류연구센터(ONPRC)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출산 4개월을 앞둔 원숭이들에게 지속해서 니코틴을 주입한 후, 출산 직전 제왕절개로 태아를 꺼내 해부하기도 했다.
담배 산업에서 동물의 고통은 필수불가결한가
그렇다면 담배의 유해성을 알아내기 위해 꼭 동물실험을 해야 하는가? 세계적 동물권 단체인 페타(PETA)는 이 분야의 동물실험은 잔인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종의 동물은 독성 물질에 다른 반응을 보이며, 연기를 강제로 주입 당하는 실험실의 동물은 자발적으로 흡연하는 인간과 흡연 방법이 달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우리가 자명한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연관성도 동물실험에서는 명확히 나타나지 않아 여러 해 동안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일부 담배 회사는 이미 동물실험을 그만두기도 했으며, 독일과 영국 등에서는 국가적으로 담배 산업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이 금지되었다. 적어도 동물실험이 담배 산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동물실험의 다양한 대안 역시 존재하는데, 2016년엔 부정확한 동물실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폐 질환을 분석할 수 있는 흡연 로봇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 담배 실험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담배업계 상위 3개 업체 중 하나인 한국 필립모리스는 2018년 쥐를 이용한 자체 실험 결과를 토대로 궐련형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식약처 발표에 반박하기도 했으며, 2011년 '담배 소송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도 다양한 동물실험의 결과가 자료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지금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혐연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담배를 혐오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오늘도 비인간 동물들은 실험실에서 담배 연기와 독성물질에 고문당하고 있다. 심지어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도 아닌, 백해무익이라 불리는 담배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