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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사말하는 김명수 대법원장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지지부진한 사법개혁 논의의 판을 바꾸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결단을 내렸다.

5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제도 개선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에 관하여 드리는 말씀'에서 사법행정권 분산을 위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하고, 이미 추진 중인 법원행정처 상근법관 감축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양승태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판사와 재판의 독립을 침해, '사법농단'이란 흑역사를 썼고, 법원이 독점한 사법행정권을 분산해야 한다는 화두를 낳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출범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에서 주요 사법정책에 법관은 물론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도록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고, 법원행정처 업무를 재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건의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법원조직법은 사법행정사무를 법원행정처가 관장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법행정회의를 운영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외부인사 4명을 포함해 11명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반년 넘게 사법개혁 논의는 거의 전무한 채로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다 최근에야 정상화했다.

기다리다 못한 김 대법원장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5일 그는 대법원규칙을 제정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사무를 자문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대법원규칙은 입법예고 후 대법관 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면 8월 제정된다. 대법원은 이후 9월부터 사법행정자문회의 활동을 시작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규칙안에 따르면, 이 기구 의장은 대법원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전국법원장회의가 추천한 판사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한 판사 3명, 외부위원 4명이 참여한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분기별 1회 정기 회의를 열고 안건별 분과위원회를 두는데, 그 중 하나는 판사의 보직을 연구·검토하는 '법관인사분과위원회'로 한다. 이 위원회 위원 5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거나 법원장회의와 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판사들로 꾸려진다.

법원행정처는 더욱 힘을 빼는 쪽으로 변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20일 '법원 제도개혁 추진에 관한 담화'를 내며 2019년 정기인사 때 법원행정처 상근 법관을 줄이고, 임기 중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법원행정처를 일반 공무원들이 일하는 법원사무처로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9년 2월 25일자 정기 인사에서 상근법관 수를 전년도 33명(법원행정처장과 차장 제외)에서 23명으로 줄였다.

김 대법원장은 5일 발표문에서도 법원행정처 개혁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그는 "비록 현재까지 법원행정처 폐지와 법원사무처 설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법률 개정 전이라도 법원행정처 비법관화는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며 "제 임기 동안 실행할 수 있는 계획과 일정의 수립을 지시했고, 지금 계획대로라면 내년 법관 정기인사에서는 2018년 대비 절반 정도(약 15~17명)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또 "필요하다면 조직 개편은 물론 업무와 권한을 각급 법원 및 기관으로 과감히 이관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지금 사법부에는 오늘 말씀 드린 사법행정도 개선방안 등 외에도 굵직한 개혁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현행 법률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가 사법행정을 '재판 지원'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말도 남겼다.

다음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표문 전문이다.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권우성
 
[사법행정제도 개선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에 관하여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사법행정자문회의'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대법원규칙안의 입법예고를 하면서, 작년에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이하 '사법발전위원회')가 건의하였던 사법행정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그동안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대법원규칙의 제정을 통해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하고자 합니다.

사법발전위원회는 작년 7월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非법관 인사가 포함된 합의제 의사결정기구인 '사법행정회의' 신설과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사무 집행기관인 '법원사무처'의 신설을 건의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조직법 개정 전이라도 대법원규칙을 통해 대법원장의 자문기구로서 사법행정회의를 조속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저는 작년 12월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 내용을 구체화하여,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의 사법행정제도 개선방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의견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아울러 저는 법률 개정의견 제출 이후, 그 내용을 국회나 유관단체에 설명하고 실무적인 준비를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부족한 역량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사법행정제도 개선과 관련된 법원조직법 개정 과정이 그동안 속도감 있게 진척되지 못하였습니다. 대법원의 법률 개정의견에 담긴 내용은 사법행정의 근간을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국회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법원조직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사법행정권의 분산이라는 사법행정제도 개선의 취지를 일부라도 실현하고자,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법행정사무에 관한 상설 자문기구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하려 합니다.

사법행정자문회의 규칙안은 대법원의 법률 개정의견에 담긴 내용과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대법원규칙안을 토대로 마련하였으며, 상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대법원규칙으로 설치되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인 제가 직접 의장을 맡는 등 법률 개정의견의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여 구성되고 운영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향후 사법행정에 관한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법행정자문회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입니다.

오늘부터 진행될 입법예고 등 대법원규칙 제정 과정, 그리고 그 이후 실제 사법행정자문회의 활동 과정에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대하며, 규칙안에 대하여 자유롭고 진지한 의견을 제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 법원행정처의 非법관화에 관한 상세한 계획과 일정을 준비 중입니다.

저는 작년 9월 법원 제도개혁에 관한 추진방향을 말씀드리면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새로 설치되는 법원사무처에는 법관이 상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실제 2019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통해 법원행정처의 상근법관을 전년 대비 1/3 정도 줄였습니다.

비록 현재까지 법원행정처 폐지와 법원사무처 설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법률 개정 전이라도 법원행정처 非법관화는 꾸준히 추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저의 임기 동안 실행할 수 있는 법원행정처 非법관화 계획과 일정의 수립을 법원행정처에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 관련 실국에서 상당한 수준의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법관 정기인사에서는 상근법관의 수를 더 줄여 2018년 대비 절반 정도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법원행정처의 非법관화 계획에는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의 축소 시기, 범위, 방식 등이 두루 포함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조직개편은 물론, 업무와 권한을 각급 법원 및 기관으로 과감히 이관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법원행정처 非법관화를 위해서는 관계 부처와의 원활한 협의가 필수적입니다. 이미 법원행정처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직제, 정원 및 예산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사법행정 전문인력 채용 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사법부가 사법행정을 '재판지원'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월 21일 대법원에서 열린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의 재심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 참석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월 21일 대법원에서 열린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의 재심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3. 다른 개혁과제에 대한 논의도 계속될 것입니다.

저는 취임 초부터 '좋은 재판'이야말로 사법부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헌법적 사명을 다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며, 이를 위해 저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正道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 사법부에는, 오늘 말씀드린 사법행정제도 개선방안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직위 폐지, 개방형 윤리감사관제 도입 및 대법원 사무국 분리 설치 등 법률 개정의견에 포함된 사항 외에도, 상고심제도 개편이나 재판제도의 투명성 확보방안, 법관임용제도 개선 등의 굵직한 개혁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법부는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에서 보듯이, 현행 법률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할 것이며, 상고심제도 개편 등 다른 개혁과제에 관한 대안 제시를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논의를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 사법부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묵묵히 해 나가는 실천과 그 속에 담긴 진심을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으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한 저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 7. 5.

대법원장  김 명 수

#사법개혁#김명수#대법원#법원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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