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라는 말이 부담과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김선화 안양시 최초 여성 시의회 의장이 한 말이다. 그 다음 말은 "더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였다. 누구에 비해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의 남성 의장들을 의식한 말이었다.
김 의장은 여성 의장이라서 유리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의원 21명 중 절반이 넘는 11명 여성 시의원들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었다. 김 의장을 포함하면 안양시 여성 시의원은 총 12명이다.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할 수 있어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의기투합도 잘된다. 민원도 서로 공유하며 해결 방법을 찾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있어 작은 민원도 놓치지 않는데, 이게 '여성 의원 전성시대'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10일 오전 집무실에서 만난 김 의장은 지난 1년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참 바빴다"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3선 의원인데, 평의원 때는 지역구만 챙기면 됐다. 의장이 되니 안양시 전체를 챙겨야 했다"라면서 "비서실에서 짠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내 개인 일정은 거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1년여의 의정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 연현마을(만안구 석수 2동)주민들 숙원이던 발암물질 배출 아스콘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일이다. 처음 뛰어 들었을 때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이었다. 불가능하다고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끝까지 매달렸다.
그 결과 안양시에서 경기도에 근본적 문제 해결을 건의했고 경기도는 이재명 도지사 민원 해결 1호로 선정, 공장 부지를 공영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12월에 개발을 위한 공공주택지구지정이 예정돼 있고 그 뒤에 공장부지 보상 문제 등을 위한 협상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공영 개발을 하면서 그 마을 주민을 위한 복지관이나 학교 체육관 같은 편의시설을 설립 하는 게 내 목표다."
- 의정 활동 성과로 꼽을 수 있는 일은?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시민 호응을 얻지 못하거나,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업을 과감하게 접게 하는 '시책 일몰제'를 만들게 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또 변호사를 입법 전문위원으로 채용할 수 있게 해 의원들이 각종 법률 자문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또한 성과라고 본다."
의원 해외 연수 심사 강화, 부당 사용 연수비 환수 가능
- 올해 초 경북 예천군의회 외유추태 사건으로 의원들의 해외 연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연수의 건전성과 의원 윤리 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는가?
"물론이다. 의원 해외 연수 심사위원회에서 연수 당사자인 현역 의원을 아예 빼버렸다. 부의장이 심사위원장을 하던 게 그동안 관행이다. 또 심사위원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렸고 심사 권한도 강화했다. 연수 중 물의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의원은 연수를 제한할 수 있게 했고, 연수 계획과 달리 부당하게 사용한 비용은 환수할 수 있게 했다.
또 의원 윤리와 관련한 조례를 개정해 의원은 안양시나 안양시 사무를 위탁받은 공공단체와 영리 목적의 거래를 할 수 없게 했다. 이와 관련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도 될 수 없게 했다."
- 시급히 해결해야 할 안양시 현안은 무엇인가?
"대중교통 문제다. 버스기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버스회사에서 인력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9개 노선 폐지와 25개 노선 감차 운행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시와 협의 끝에 2개 노선만 폐지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 해결 방법은?
"좀 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한데, 난 마을버스 확대와 버스 준공영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노선 폐지, 감차 등으로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마을버스를 운행하게 하면 불편이 줄어들 것이다. 또 준공영제를 시행해서 버스 노선을 지방자치단체가 결정 할 수 있으면 이런 저런 이유로 시민들이 교통권을 침해 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 안양시 최초 여성 의장으로 취임한 지 1년, 그동안 소회가 있다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왔다. 민원도 많았다. 늘 일정에 쫓기다 보니 업무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남은 1년은 민원을 좀 더 잘 살필 계획이다.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믿고 맡겨주신 만큼 의장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최초라는 말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내가 자리매김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여성이 갖고 있는 섬세함 같은 장점을 잘 살려서 일하려고 노력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여성이라는 점 보다는 의회를 잘 이끄는 당당한 일꾼 김선화로 저에게 믿음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 끝으로 안양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활기찬 안양을 위해 함께 애써주신 60만 시민들께 감사한다. 시민들 대변자로서 시민들 목소리를 정책으로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말하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칭찬하고 격려해 달라고 감히 부탁드린다.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조언도 꼭 필요하다. 시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의회로 만들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