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단톡방 개설해 공동대응 나서
치료비선납·후유증 등 막대한 피해 호소
"당사자 처벌, 손해 배상" 요구, 소송준비
[고양신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의 한 치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다수가 "엽기적 수준의 과잉진료를 받았다"며 의사 처벌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17년 말 개원한 후 지난 5월까지 고양시 주교동의 '원당B치과'에서 치과의사 김모(여, 39세) 원장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 200여 명으로, 이들 중 일부는 공동, 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피해자들로부터 전해들은 피해 실상은 충격적이다. 이모(30대, 여)씨는 "충치가 있어 치과를 찾았는데, 마취를 한 상태에서 치아를 10개 넘게 갈아버렸다. 현재는 앞니에 내 치아가 하나도 안 남았다"고 호소했다.
심모(40대, 남)씨 역시 "치아가 불편해 갔더니 충치가 있다며 주사를 놓고 마취를 한 상태에서 이를 여러 개 갈아버렸다"며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치료를 제지할 방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치료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없이 치아를 갈기 시작해 중지를 요구하고 치과를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치료 과정이나 치료비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도 없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는 게 피해자 다수의 주장이다. 장모(50대, 여)씨는 "입을 벌린 상태에서 '이가 아프면 치료를 해야겠지요?'라고 묻는 게 전부였다"면서 "방치하면 충치 전파속도가 빨라 위험하다는 식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한 후, 나중에 '환자분이 치료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며 책임을 뒤집어씌웠다"고 억울해했다.
이들이 밝힌 진료비 총액도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다. 조모(50대, 남)씨는 "함께 소송을 준비하는 18명 진료비를 다 합치면 3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최소 4~5개, 대개는 10개를 훌쩍 넘는 치아를 신경치료하고, 심을 박고, 크라운은 씌우고, 임플란트를 하다 보니 한 명당 청구된 진료비가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2200만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김 원장은 치료비 대부분을 환자들에게 선납으로 결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 환자는 "치아를 열 개 넘게 갈아놓은 상황에서, 김 원장이 크라운이나 임플란트 가공비를 빨리 결제해야 후속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고 재촉해 어쩔 수 없이 선납으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태의 전모는 김 원장이 치과를 하루아침에 다른 의사에게 양도하고 사라지면서 표면화됐다. 환자 이모씨는 "치과를 양도하는 하루 전날까지도 방문 환자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다음 진료예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일한 방법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피해자 카톡방을 만들고, 서로의 사례를 교차 검증하며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병원을 양수받은 현 원장은 "병원을 인수받은 다음날부터 김 전 원장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찾아왔는데, 상황이 너무 심각해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피해 입증에 발벗고 나서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원장 아무개씨는 "진료 기록이 말해주는 실상은 언론에 공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6세 이상 어린이의 영구치까지 손을 대 버렸다.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원장은 일부 환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김 전 원장과의 사전 공모 의혹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부인하며 "이런 상황인 줄 알았다면 누가 병원을 양수했겠는가. 나도 피해자지만 우선은 환자들의 고통과 피해 입증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최대 치과의사 커뮤니티에 이 피해사실을 올렸는데, 동료 의사들이 분노하면서 피해환자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필요 이상의 과잉진료를 받은 경우 ▲치료비를 선납해 놓고 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 ▲부실치료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경우 등으로 자체 구분해 피해 유형을 파악하고 있다. 물론 한 환자가 복수의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과잉진료로 인한 물리적 피해와 진료비 선납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크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후유증과 앞으로의 부작용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호소한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다른 치과를 찾아가 치아의 후속치료와 관리를 의지하고 있지만, 김 전 원장이 손 댈 수 없을 만큼 손상시켜 놓은 치아가 워낙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피해자들의 호소다.
김 전 원장은 원당B치과를 개원하기 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서도 수년간 치과병원을 운영한 바 있다. 기자는 김 전 원장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를 하지 못했다. 현재 김 전 원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과잉진료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의 상황을 접한 다수의 치과의사들은 "남아있는 진료 기록과 자료, 동일한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숫자 등을 고려할 때 과잉진료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모 치과의사는 "치료 정도나 사후 대처하는 방식이 거의 범죄 수준"이라며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건과 관련해 SBS TV 시사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Y'에서 지난 12일 '수상한 치과의사 공포의 진료실, 그곳에선 무슨 일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바 있다. 방송사 측은 프로그램에서 김 전 원장의 실명 대신 '추 원장'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추 원장 의사면허 영구 박탈 및 의사면허 아웃제 제안합니다'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7월 16일자로 올리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윤리위원회를 열어 사태의 진위관계를 파악한 후 면허·징계권을 가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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